인도가 집 앞 슈퍼?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by 여행꽃


엄마에게 집 앞 슈퍼를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선 미리 숨겨놓은 배낭을 짊어지고 냅다 줄행랑을 쳤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수속을 마친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 지금 공항이에요.”

“뭐? 어디? 슈퍼 간다며”

“인도 가요!”

“인도? 거기가 어딘데?”

“잘 다녀올게요.”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의 걱정도 무시한 채 나의 여행을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통보했다. 두 달이 넘는 여행길에 오르면서, 마치 집 앞 슈퍼에 다녀오듯 가볍게 집을 나섰고, 겨우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인사를 대신했으니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후폭풍이 심히 걱정이 되었다.


사실 이 미친 실행력은 엄마 덕분에 얻은 능력이었다. 엄마에게 무언가를 허락받으려 하면, 대답은 늘 ‘안돼’였다. 여자라서 안 되고 혼자라서 안 되고 위험해서 안 된다고 하셨다. 그 언젠가부터 더 이상 허락을 구하지 않았고 일단 저지르고 보았다. 허락보다는 용서 받는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


물론 용서를 구하는 게 늘 쉬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하고 나서 혼나는 건 참아낼 수 있었지만, 아예 해보지 못한 채 후회하는 건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허락대신 용서를 택했다.


이런 대형사고는 나도 처음이라 어느 정도의 잘못을 빌어야 용서해 주실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이 무겁지만 돌아와서 그때 생각해 보자고 불편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마음 한켠에 치워 버렸다.


가난한 여행자에게 비행기 경유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인도 가는 길은 기다림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환승을 위해 그 지루한 대기 시간을 버텨야 했고 피로와 고단함을 견뎌야 했다. 공항 바닥과 의자에 널 부러져 있는 나와 같은 신세의 여행자들을 구경하면서 그 긴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은 왜 인도에 가는 걸까?'


지상낙원을 찾아서일까, 현실로부터의 도피 일까, 혹은 비즈니스의 기회, 관광의 설렘일까. 무엇이 그들을 그 낯설고도 강렬한 땅으로 이끄는 걸까? 그리고 마침내 인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과연,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나의 판타지 인도는 질문을 품고 간 사람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답을 주는 나라, 깨달음의 나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음의 평안을 얻는 곳이다. 그래서 난, 지금 이곳에 있다.


환승지에서의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델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기다려라, 인도여. 이제 내가 너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