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합니까?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견디며 늦은 밤 인도 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신의 나라’ 인도에 드디어 왔다며 감격할 줄 알았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엄습해 온 것은 설렘이 아닌 공포였다. 턱밑까지 다가와 있는 더위와 짙은 어둠은 예상 치 못했다.
‘도착하면 어떻게 되겠지’
대책 없이 긍정회로를 돌리던 무계획의 P는 금방 좌절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의 낯선 땅의 밤은 너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도와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 따위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먼저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동적으로 도움을 기대하고 있었다.
일사불란하게 공항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두려움이 한 층 더 커졌다. 나의 불안은 그들을 맹목적으로 따라 가게 만들었다. 운 좋게 제대로 길을 찾아 공항을 나오니 택시 호객꾼들이 나를 열렬히 환영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서툰 영어로 묻고 또 물어서 몇 차례 확인 후 택시를 탔다.
게스트 하우스와 여행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배낭여행자의 거리 ‘파하르간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늦은 밤임에도 오토 릭샤의 경적과 엔진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시 전체가 어둡고 시끄러웠다.
‘명상의 나라 인도는 어디에 있나요?’
매캐한 매연에 금세 목이 칼칼했고 택시 운전사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인도식 영어로 내게 계속 질문했고 생각했던 게스트 하우스는 이미 만실이었다. 모든 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이러다가 길바닥에서 잘 수도 있겠다는 극한의 공포가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공항에서의 머뭇거림이란 찾을 수 없었고 베테랑 여행자처럼 거침없이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헤맸다. 숙소 얻는 스킬을 획득하고 인도여행자로서 한 단계 레벨 업 했다.
겨우 구한 게스트 하우스 숙소는 좁고 가파른 계단 끝에 방이 있었고 안전을 위해 철조망 자물쇠가 계단 입구마다 잠겨있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기도 했고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깨기도 했다.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침대 위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방문을 여러 번 제대로 잠갔는지 살폈지만 나의 불안까지는 살펴지지 않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나의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마음의 평안과 삶의 해답을 줄 것 같은 나의 판타지 인도는 단 3시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시끄럽고 더러운 인도에는 마음의 안식 따윈 없어 보였다. 인도 행을 결정했던 과거의 나를 원망했다.
누구도 내게 인도로 가라고 등을 떠민 적 없었다. 그 길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 인도에서 누군가 나를 인도해 주길 바랐다. 나의 나약함과 그대로 마주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