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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Dec 16. 2023

한밤중의 현실 육아 상담소

제1차 쓰는 독서 모임 후기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진행이 안 될 것 같았다. 이대로 날려버리기에 투자한 시간과 돈, 그리고 귀한 배움이 너무 아까웠다.


@pixabay


11월 25일 오프라인 수료식을 끝으로 6주간의 브런치 프로젝트는 완료가 되었다. 수료식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이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혼자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있었다. '혼자는 안돼. 동기분들과 함께해야 한다.' 사람 많은 곳에 잘 적응을 못해 뒤로 미뤄놨던 친목방에 입장하기를 눌렀다. 제일 먼저 환영해 주신 나반장님을 시작으로 많은 작가님들이 반겨주셨다. 괜히 혼자 졸아있었나 보다.(하지만 아직까지 대화에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


수료식에서 여러 모임이 만들어져 있었다. 다 들어가기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 딱 한 군데만 선택해 보기로 했다. 홀로 독서가 너무 어려웠던 차이기에 주저 없이 쓰는 독서 모임 선택했다. 목요일 밤 10시 반부터 자정까지의 줌 미팅과 2주에 한 권 읽는 책으로 요약 및 발제문등의 과제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입장 후에도 계속 고민했지만,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첫 만남을 기다렸다.


늦은 시간의 만남은 사실 쉽지 않았다. 아이가 일찍 잠이 들어줘야 하는 고난도 미션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엄마를 위해 그날은 일찍 잠들어주었다.(많은 요구사항이 있었다는 건 안 비밀) 그렇게 기다리던 작가님들과 만남을 가지고 진행을 너무 잘해주시는 모임장님 덕분에 앞으로의 모임이 기대되었다.


첫 번 과제로 선택된 도서는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였다. 사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육아 관련서적을 읽었지만 깊이 와닿은 적이 없었다. '이런 게 적용이 가능한 거야? 애 안 키워본 사람이 적은 거 아냐?' 부정하고 완독 못한 채 덮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 굳게(?) 먹고 읽기 시작했다. 매일 인증을 위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체크하고 작가님들과 공유했다. 어느새 완독을 하고 요약을 하고 발제문까지 준비가 되었다. 2주가 참 짧게 느껴졌다.




난생처음 해보는 독서모임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 잘 못하는 내가 매 질문마다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어쩌면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최근 아이의 말대꾸, 말대답으로 인해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시작은 대화였지만 끝은 체벌이었다. 체벌의 효과는 그때뿐이며 부모가 효과적인 방법을 모르기에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참다 참다 폭발하면 교수님의 말씀은 기억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고 손에는 매가 들려있었다. 고유 작가님의 말대꾸에 관한 발제문으로 대화를 나눈 후 나는 말대꾸를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가 대해 작가님들께 조언을 부탁드렸다.


남편과 아이의 대화에서 제삼자 입장으로 들었을 때 말대꾸가 아닌 경우가 있다. 아이의 말을 잘 구분해야 한다.

엄마의 감정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들릴 때가 있다. 감정이 격해질 것 같으면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공명정대한 기준을 세우지 말자.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본받아야 할 점 참고할 점을 체크했다. 감사하게도 여러 가지 일깨워주는 의견들을 많이 주셨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둔 건 아닌지 웃어넘길 일을 굳이 꼬집어서 혼을 낸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21년 경기도 교육지원청 진행하는 감정코칭연수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열심히 메모하며 실행하려 했던 나는  어느 순간 연수 듣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수업의 내용을 잊은 채 몸에 베인 습성으로 아이를 훈육하고 있었다. 마음 읽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아이에게 하면 좋지 않은 최악의 위로와, 어떤 식으로 감정을 읽어줘야 하는지 연수과정에서 배운 내용들이 들렸다.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반성에 또 반성을 거듭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어느새 끝날시간이 넘었다. 마음 읽기 부분만 언급했지만 핸드폰을 사주는 시기 및 활용법,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 인에이블러(emabler)등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다 같이 읽은 책을 들고 인증샷을 찍었는데 마음이 꽉 차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의 모임이 더 기대가 되었다.

@pixabay

곤히 자는 아이 볼에 뽀뽀세례를 퍼붓고 손을 꼭 잡고 잠이 들었다. 되뇌고 되새겨서 다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런데  딸아, 너도 조금만 덜 짜증 내길 바라도 되겠니.



우리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내하지 않았을 때 후회합니다.

당장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면,

이 자체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사랑입니다.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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