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유일한 흡연자, 봄이.
2023년 3월 말
일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전화 오는 것은 부지기수였지만
이번 부재중전화는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신경이 쓰여
점심을 거의 먹지도 않고 바로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하신 분은 학년부장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봄이 어머니.
혹시 봄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네에??!!! 담배라니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했다.
담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내 심장도 멈춘 듯했고, 호흡도 생각도 잠시 멈췄다.
꽤 긴 시간 동안 숨을 쉬지 못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전화를 한 이유는,
봄이가 학교에서 흡연을 하다가 걸려서
선도위원회에 가게 되어 전화를 한 것이었다.
사실, 봄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중1 겨울 때부터 시작되었다.
친구와 놀고 온 봄이의 옷에서는
늘 진한 담배냄새가 났었고
그래서 우리는 봄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봄이의 옷과 소지품에서는
담배도 그와 관련된 그 무엇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봄이에게서 은은하게 나는 담배냄새로
우리 의심은 확신이 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봄이가 담배를 피운다니
충격이 너무 컸다.
선생님과 통화 후, 봄이에게 사실확인을 해야 했다.
봄이의 말에 의하면,
담배를 시작한 것은 우리가 의심할 때쯤이 아니라
중2가 시작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역시나 학교 적응이 힘든 시기에 친구가 담배를 권했고
처음엔 거부했지만 그 친구가 봄이 입에
담배를 억지로 물렸다고 한다.
그렇게 처음 시작했고, 흡연은 계속되었다고 했다.
봄이의 흡연소식은 너무 충격이 컸다.
봄이의 나이 고작 15살인데 흡연이라니ㅜㅜ
한 번도 상상해 본 적도 없거니와
이런 일이 내게 생길 거라곤 예상조차 못했기에
그 충격은 상상이상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선생님과 통화 후,
나는 일을 하다가 잠깐 정신을 잃기도 했다.
그만큼 봄이의 흡연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내가 봄이에게 미성년자 때
흡연과 음주는 절대 안 된다고
수십수백 번을 이야기하고 약속했었다.
흡연과 음주가 왜 안 좋은지에 대해
수천번을 이야기했고
엄마아빠오빠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면서
가급적 성인이 되어서도 하지 않도록 이야기했으나
결국 봄이는 약속을 깨고, 흡연을 시작했다.
우리 집은 성인 3명에 미성년자 1명인데,
성인은 비흡연자인데,
가장 어린 가족구성원이 담배를 피우는
정말 웃기고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미성년자인 봄이가 담배를 어떻게 구하는 것인가
너무나 궁금했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봄이는 친구가 한 개씩 주는 거라고 말했지만
어떤 친구가 공짜로 담배를 준단 말인가!
봄이의 거짓말은 이렇게 단순하고 순진하다.
봄이에게서 친구의 이야기라며 해 준 말에 의하면
미성년자에게도 담배를 파는 작은 상점이나 편의점을
아이들은 다 알고 있어서 거기서 산다고 했다.
담배를 사는 미성년자도 문제지만
그런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는 어른도
이해가 되질 않거니와 더 나쁘다고 여겨진다.
봄이는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담배를 피우다 여러 번 걸렸고
그로 인해 처벌도 받고 선도위원회도 여러 번 다녀왔지만
담배의 유혹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했다.
봄이는 담배를 끊는다고 늘 말하지만
전혀 끊어내지 못했고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도
봄이의 흡연은 계속되고 있다.
봄이는 한동안 집에서도 담배를 피기도 했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핀 후 환풍기를 켜 놓기도 했고
방에서 피면 창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했지만
집에 흡연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봄이가 담배를 피우고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담배냄새를 귀신같이 맡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봄이에게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게 아니라고
정말 미친 듯이 잔소리를 해댔다.
그래서인지 이제 봄이는
집에서는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편의점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나가서는 담배를 피우고 온다는 것을,
말을 안 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봄이의 금연을 위해 약도 먹여보고, 패치도 붙여보았다.
조금 효과가 있는 듯하기도 했지만
다른 부작용들이 심해서 용량을 줄이니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봄이도 담배를 끊고 싶어 하는데
의지도 부족하고 노력도 부족하고
담배의 유혹에서는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런 봄이가 참 안타깝다.
담배를 끊으면 좋을 텐데
그게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인가 보다.
애초에 봄이의 의지는 내 의지와 너무나 달랐다.
담배를 피워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선,
금연이 이토록 힘든 것인가,
이해가 되질 않고, 이해할 일도 아니지만
그만큼 힘든가 보다 라며 이해를 해본다.
흡연 중인 봄이가 너무 안타깝지만
이제 내가 어떻게든 해 볼 도리가 없으며
그냥 나는 이 상황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내가 봄이의 입양사춘기를 겪어내며 배운
정말 처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