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주 지대로 사고를 쳐주시네?
“뭐야 그게? 순 억지야~.”
웬일로 초롱이가 옳은 말을 하네. 사실, 정말 많이 하지만.
“바로 그게 내 원래 역할이었어. 새로운 건, 좀 억지스러운 거에서 시작하는 법이거든. 비트코인을 봐.”
오~.
“그거만은 좀 상당한 비유네. 좀 놀라운 걸?”
“아니. 이 웃기고 억지스러운 주장을 통과시킬 수는 없지!”
이 정도면 꽤 세게 나오네. 맞아, 내가 잘못한 걸지도. 신비가 의기양양해 보이거든. 정말 맘에 안 들어.
“네 생각은 어떤데? 듣고 싶어.”
어, 어우. 불붙었네.
“그건 좋은데, 왜 그렇게 신나 있는 거니?”
“응? 당연하지! 그야,”
“쟨 반박당하는 게 취향인 변태거든.”
“엥? 아니거든????”
야, 정말 진지하게?
“어, 뭐 맞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야! 진지하게, 반박당하는 건 좋은 거잖아! 요즘 그거만큼 희귀한 재화가 얼마나 되겠어? 물론 누가 봐도 알만한 걸 갖다가 굳~이 반박이라고 하는, 저급한 짜가들 말고 말이야. 누가 요즘 모호한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면서 지내겠어? 그냥 쟨 미친놈이구나하고 넘어가버리지.”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의하기 힘드네. 난 반박당하긴 싫거든.”
웬일로
“나도 같은 의견이야.”
“야?! 진지하게? 난 반박당하고 싶은데? 그거 정~말 사랑스러운 일이야!”
“나도 그게 싫지만은 않더라고. 우린 서로 피드백하면서 살고 있거든.”
하! 커플이 쌍으로,
“너흰 가만있다가 왜 갑자기 초치냐?”
“그렇지만, 사실인 걸?”
“자! 여기까지 합시다, 여러분. 제 말이 맞다는 게, 증명된 참이니까요.”
쟨 정말 언젠가 큰코다치게 해야겠어. 하나하나 재수가 없네.
“오, 물론 네 말도 맞아 푸른아. 내가 남보다 더, 유별나게 반박당하고 싶어 하는 건 인정할게.”
아니, 못 참아.
“넌 정말…!”
“그래서, 초롱이의 놀라운 반박은 뭘까?”
죽여 버리겠어.
“오우! 야. 참아요, 참아.”
정말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사과새끼!
“굳이 얘기를 해야 알아? 그건 순 억지야. 내가 모를 거 같아? 넌 그냥, 네 경험이 너무 좋아서, 일반화하고 싶어 하는 거야. 운 좋게 좀 더 수용적이고 돈 많은 부모를 둔 걸, 자랑하고 싶은 것만 같아.”
호호우! 초롱이 잘하네!
“흠~. 좀 많이 아프지만, 인정할게. 틀린 말은 아니야.”
??
“그래서?”
정말 짜증나게 하네.
“응? 그래서? 말 그대론데. 음~ 우선, 당연히 내 경험에 대해서 얘기한 거야. 자기가 경험한 게 아니면, 사람들은 원래 별로 할 말이 없는 존재인 걸? 경험한 걸 토대로 얘기하는 건 사실, 문제 될 게 없잖아?”
“아니. 문제는 네가 우연히도 받게 된 가정이 유복하고 행복했다는 점이야. 넌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런 양질의 경험을 접할 기회가 많은 사람이야. 정말 큰 복을 받은 거지. 넌 운이 좋은 케이스란 거야.”
“맞아! 정말 감사한 일이지. 부모님에게도 동생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 이 새끼가 정말.
“정말 모르겠는 거야?”
“뭘?”
“네 주장이 논리적으로 너무 큰 약점을 가지고 있잖아. 그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란 거야.”
“오, 이 말을 하게 될 진 몰랐지만. 푸른이 말이 맞아.”
“하지만, 난 원래 그런 소리를 하는 애인 걸?”
“그것도 그렇지.”
사랑이 녀석!
“아무튼, 좀 더 제대로 된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 적어도 논리적이었으면 해. 여전히 네가 특별한 경우라는 약점을 안고 갈 생각이야?”
“너도 알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가 나처럼 경험할 수 있겠다는 얘기가 아니야. 이 방법론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면, 사회가 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흠!
“좋아. 그럼, 이게 보통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거네? 이 정도면 될 거 같은데?”
사과 녀석, 머리 좀 썼네. 이건 3대2 구도인가? 뭐, 얘들 상대로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은…….
“당연하지! 이렇게 형편 좋은 방안이 저절로 실현될 리가 없잖아.”
짜식, 꼴에 형편 좋은 소리라는 건 아나 보네.
“좋아 그 정도면, 일단 납득할 수 있을 거 같네.”
초롱이도 끄덕였어.
“있지, 이건 여담인데. 둘이 같이 다니면서, 서로서로 비슷해진 거 같네. 특히 푸른이 쪽으로?”
“엥? 그렇진 않거든!”
“그런 건 지금 상관없어. 신비가 설명해야 할 게 아직 많으니까.”
이제 와서 말 돌릴 순 없지.
“그래? 아직????”
(중략)
“좋아, 이제 ‘반박당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도 되는 거지?”
뭐, 신비 치곤 오래 참아줬지. 고마울 정도인 걸?
“와, 맞네. 오늘은 우리의 가정사가 아니라, ‘반박당하는 게’ 어떤 건지 얘기하고 있었지?”
초롱이는 많이 피곤한 표정이야. 그래도, 계속 집중해서 들으려 하겠지.
최대한 간략하게 끝낼 거니, 걱정하지 마. 요점은 ‘반박’이라는 자원이 매우 귀하다는 점이야. 사람은 서로 코드가 맞기 힘든 생물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딱히 조언하지 않아. 내가 느끼기에 저 사람에겐 무수한 단점이 보이지만, 그런 것을 일일이 짚어내는 것은 시간낭비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우리의 ‘사회성’에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거대한 구조가 있지.
“우리에겐 ‘자유민’이라는 만능에 가까운, ‘상대성 보호막’이 있으니까. 결국 가장 거대한 사회 속에 살지만, 각자도생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거지.”
오! 보조 고마워. 푸른이 말이 맞아. ‘나’와 ‘너’를 확실히 구분해야만 성립하는 사회 속에서, 누군가의 진심어린 조언을 구하는 것은 정말로 쉽지가 않아. 어쩌면 한평생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지도 모르지.
“우린 그럼 점에서 운이 좋네.”
바로 그거야, 초롱아! 타인의 ‘반박’이나 ‘조언’이 귀하다는 걸 알게 된 우리는, 스스로 자기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정신을 목표로 나아갈 수 있었어.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다양한 색을 부여했고, 삶의 다양한 경험을 적재적소의 인격(?)에 융화함으로써, 한 명 한 명의 우리가 완성되어 간 거야.
“그래서 우린, 자기 피드백이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었지. 어찌 보면 큰 부작용이야.”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대할 수 있다는 성장도 이뤄냈고 말이야! ^^”
ㅎㅎ, 사랑이의 설명도 고마워. 우린 자신을 발전적으로 성장해 낼 방법론을 찾은 거야.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공부하고, 기꺼이 내게 조언해 주는 사람에게 감사히 가까워졌지.
“이제 알겠어.”
??? 더 설명 안 해도 되겠어, 초롱아?
“응. 우린 반박당하고 싶은 게 맞구나. 물론 누군가 날 부정하는 건 견디기 힘든 감정이지만, 그 순간이 내 성장에 가장 소중한 순간인 거야. 그리고 그런 계기를 맞이하는 거란, 엄청난 운이 필요한 거고. 그래서 수많은 사람이 ‘어른’이 되지 못하고 덧없고 추하게 죽는 거야. 우린 그러고 싶지 않은 거고…….”
!!!
‘네가 그런 잔혹한 말을 하다니……. 성장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