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이제야 좀 쓸 만한 질문이야. 오늘의 주제는 진리의 표상에 관한 거야.”
“예! 진리의 표상! 근데, 그게 뭐니?”
“뭐? 너무 빠르지 않아?”
“둘 다 너무 겁먹지 말어~~~~. 이왕 나랑 얘기하는 김에, 조기교육의 힘을 사용하면 참 좋을 거야!”
“엄…. 푸른아,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여태까지 한 게 조기교육이 아니면, 도당체 뭐였던 거냐?”
“글쎄? 항상 오늘로 찾아올, 내일을 위한 대비?”
“……. 나랑 얘기하는 건 조금은 다른 건데…….”
“? 얘, 삐지진 마. 알았어, 그럼 너랑은 어떤 얘기를 하는 거니?”
“……. 근데, 사실 난 뭐라도 좋아. 어떤 주제든 얘기할 수 있달까? 카테고리를 정해놓지 않는 타입이지. 굳이 분류하자면, 근원철학인가?”
“우웩! 다들 그것만 전공한 거 같던데.”
“으하하하! 그거도 틀린 말은 아니네.”
“아무튼! 진리의 표상은 정~~~~말로 별로 어렵지 않은 거야. 오늘 배울 명제도 단 하나뿐이고. 바로 이거야.”
‘존재는 진리의 표상이다. 그럼, 인간은?’
“……. 난 오늘 홍시 보는 날이니까, 편하게 쉬는 줄 알았는데……. ㅠㅠ”
“아하하, 나도 내 역할이 있으니까. 대신 정말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 날 한번 믿어보라고~~.”
“알았어, 계속해줘.”
그래. 먼저, 존재는 진리의 표상이라는 걸 증명해야겠지? 물론 우리가 정말 진리를 알 길은 없지만, 진리란 건, 가장 간단하게 근처에 있는 것들이야. 모든 존재가 ‘진리’라는 설계도를 품고 있는 거니까.
“나, 잠깐 좀 쉬어도 돼? ^^”
안 돼! 좀만 더 들어봐~~~~. 분명 우리 중 누군가, 이미 얘기했을 거야. 모든 존재는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삶에 항상 열심이라는 거 말이야.
“응. 몇 번 그랬어. 잠깐, 그게 그 말이었어?”
그럼. 존재에게서 진리를 떼어놓고는, 그게 무엇인지를 알아내긴 너~~~~무 힘든 일이지만, 존재 그 자체는 진리에 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주체야. 즉, 존재는 진리의 표상인 거지.
“오~~~~. 슬슬 알 거 같아. 혹시 좋은 예가 있을까?”
예를 들면, 과유불급이라는 진리가 있지. 뭐든지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한 거야. 대부분의 개미핥기는 대식가지만, 결코 개미집의 개미를 전부 먹지 않아. 다음에 에너지가 필요해질 때를 위해, 다시 말해 부족해지지 않기 위해, 과하게 먹지 않는 거야. 같은 이유로 많은 동물이 필요할 때만 사냥을 하지.
“오와! 그럼, 생로병사도 마찬가지구나!”
그렇지! 물론 생명이 없다고 생각되는 존재에겐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순환의 필연이 모든 존재를 감싸고 있는 거지.
“말만 어렵지, 그냥 주변에 일어나는 일이었어.”
“그런 걸 진리라고 하는 거야.”
또 좋은 예시가 있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육체를 봐. 전부 하나의 소우주잖아? 우린 우주도 잘 모르지만, 비슷한 정도로 육체의 신비에도 무지할 거야. 어떤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감싸여있는 모든 것의 크기만 다를 뿐이지, 다들 합동 구조인 것만 같아. 우주의 모습에서 미립자의 영역까지 말이야.
“끝에는 좀 어렵지만, 이제 알 거 같아.”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면 되겠네. 그럼, 인간은 어떨까? 인간도 여전히 진리의 표상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 그야, 당연하지 않아? 다른 존재와 우리가, 진리의 입장에서 다를 건 없을 거 같은데?”
사실, 네 말이 맞아. 인간도 당연히 존재니까. 하지만, 이것도 이미 다른 애들이랑 얘기한 거야. 우리 모두, 인간은 뭔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니?
“!!!!”
우린 예전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왜 우리는 ‘가짜’ 속에 살아가지? 왜 아스팔트라는 거짓으로 ‘땅’의 원래 모습을 숨겨버린 걸까?(물론 ‘바퀴’라는 과학적 필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흙으로 숨 쉬는 세상을 그렇게나 잊고 싶었던 걸까? 왜 다들 진실을 숨기고, 포장하려 애쓰는 걸까? 왜 모든 게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걸까?
“…….”
“…….”
이 세상에서 오직 인간만, 뭔가 이상행동을 하고 있어. 우린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싶고. 그래서 서로에게 계속 자문하듯이 대화해 온 거야. 경험과 끝없는 사색을 통해서, 스스로의 직관을 강화해 온 거지.
주제로 돌아와서 우리는, 우리에게 새겨진 진리대로 행동하려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됐어. 우린 사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그 속에 거짓을 채워놓고, 그것이 온 지구에 번식하게 했지. 우린 사회적인 거짓말에 능숙한 거야. 동시에, 육체는 대체로 거짓말을 못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니?
“……. 정신과 육체의 목적이 다르다는 거지.”
바로 그거야. 우리의 정신과 육체는 끝없이 갈등하고 있어. 우리의 정신은 육체의 메시지 말고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있어. 그건 세상과 육체 자체 속에 숨어있는 진리를 타자화하고, 그게 뭔지 알아내려 시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태와 오만 그리고 정복감에 지배당해서, 미래라는 시간을 갉아먹는 선택까지 뻗어있지. 우리가 인류의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것에 해당해. 그리고 그 선택은 여전히 진리의 통제 속에 있지만, 여태 다른 존재들은 시도하지 않은, 모든 것이야.
“…….”
초롱아, 다시 물어볼게. 우리 인간은 여전히 진리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