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시절의 대부분은, 하늘이 유난히 맑은 걸까? 내 어린 나날을 비웃는 거 같아. 난 좀 끔찍했거든.
난 학교 놀이터 어느 한구석에서, 가능하면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그늘에 앉아, 몸을 가득 웅크리고 있었지. 그래도 쉬는 시간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이젠 그럴 필요가 없는 걸 알지만, 그땐 그러지 못했던 거야. 지금 생각하자면 우스운 일이지. 어린 시절을 진지하게 회상하는 거 말이야.
숨어버리면, 남들이 날 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것 같아. 그렇게 믿고 싶다가 더 정확하겠지. 내가 타인을 못 본다면, 타인도 날 볼 수 없을 거란 생각. 보는 행동만이 세계를 구성한다고 믿었던 거지.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현상.
지금은 그런 전략이 좀 먹힐지도 몰라. 남도 순수한 아이가 아니니, 웅크린 날 무시하는 일에 익숙할 테니까. 그럼 난, 정말로 혼자가 된 기분이겠지? 그게 건강한 방법이 아닌 걸 모른 척해버릴 거 같아. 그만큼 사람과 사회에 절박한 불안을 느껴야 하는, 슬픈 시대니까. 결국은 정말로 외롭게 울어버릴 거니까.
아무튼, 그땐 나의 고장이 세상 전부이며, 지구는 보이는 대로 평평하고, 전봇대는 외계인과의 수신 장치쯤으로 생각한 시절이었어.
그땐 그게 멋진 생각이었지. 하지만 이젠 어리석은 꿩의 이야기를 알아.
꿩은 사냥꾼이나 포식자들에게 쫓기다가도, 수풀이나 구멍에 머리를 박는다고 해. 그들이 생각하는 바를 알 수는 없지만, 제 눈에 아무것도 안 보이면, 자신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결국에 그들은 잡히고 말지. 자신의 날개나 다리도 보이지 않으니까, 신경 쓰지 못하는 걸까?
그렇다면 참 멍청한 녀석들이야. 아둔한 나처럼. 물론, 마냥 내 사고를 욕할 수도 없지. 난 그걸 마음의 위안으로 삼았으니까.
다행인 건, 그게 유일한 방법은 아니었어. 비슷한 위안을 얻는 습관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끔찍한 일인데, 웅크리는 팔로 내 눈을 지그시, 고집 있게 누르고 있는 거야.
맞아. 매우 위험한 일이야. 눈을 눌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 내가 혐오했던 인간들만큼 나도 멍청했나 봐. 이렇게 생각하니까, 나 정말 멍청한 거네?
혼자 웅크리고 눈을 감고 있으면, 무심코 봐버린 빛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단다. 내가 전에 감아버린 빛의 모양이랑 똑같이 생긴 반점이, 어둠 속을 떠다니고 있어. 때론 그게 흘러가는 아메바나 기름 덩어리 같아.
거기서 눈을 꼭~ 감으면, 그 기름 덩어리나 아메바가 점점 잘게 해제되는 걸 볼 수 있단다. 점점 분해되고 잘아지면서, 뒤에 숨어있던 원래의 어둠으로 조금씩 돌아오는 느낌이야. 조금만 더 하면, 녀석의 맨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 순간에, 찾아오는 게 있어.
눈은 금방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 와. 이제 조금이면 될 거 같은데, 결코 그걸 완성할 수 없지. 아니, 사실 가능하긴 해. 눈이 아직 버틸 수 있을 때, 그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단다.
덕분에 난, 여러 시도 끝에 더 나아갈 수 있었어. 더 빨리 저 어둠 속으로 완벽하게 다가가고 싶었으니까. 결국은 감은 눈이 아파서 뜨는 걸 막기 위해, 팔로 내 눈을 누르고야 말았지…….
그 속에서 펼쳐진 광경은 놀라운 것이었어. 전혀 예상 밖이었고. 난 완전하게 혼자가 될 줄 알았거든? 완전한 어둠 속에서 큰 위안을 얻길 기대했거든? 그게 아니었어. 내 앞에는 우주가 펼쳐져 있던 거야!
처음에 난, 그게 꿈인 줄 알았어. 처음이지만 익숙한 풍경이었거든. <스타워즈> 속 우주선이 우주를 빠르게 비행할 때 지나가는, 무수한 별들이 보였으니까. 그들은 내 앞을 아주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어. 난 우주를 지나고 있던 거야.
하지만 꿈은 아니었어. 놀란 나는, 고개를 들어버렸거든. 잠에서 깬 거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뭔가 새로운 걸 발견했단 걸 알았지. 난 다시 시간을 들여, 우주여행으로 들어가려 했어.
조금만 기다린다면, 대가에 비해 쉬운 일이었어. 내가 항상 바라던 꿈에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지. 난 이걸 내 은밀한 취미로 삼았어. 뭐든 은밀하게 하는 취미였지만, 감각적으로 어른들은 싫어할 행동이란 걸 알고 있었던 거지.
혼자 있을 수 있을 때, 난 어김없이 우주여행을 혼자 떠나고 있었지. 눈이 아파서 무서워지기 전까지 말이야. 어쩌면, 지금 눈이 절망적으로 안 좋은 이유가 여기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딱히 후회하진 않아. 난 그걸로, 혼자서 위안을 생산할 수 있었어.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자급자족이네. 덕분에 난, 스스로 바라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존재란 걸 알게 됐어.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요즘이고. 물론 물리적으로 아무런 무리가 없고, 그 위안도 쉽게 무너진다는 걸, 아는 방식으로 말이야.
(중략)
역시 보리는 차분해. 그런 어린 시절 덕분에 그럴 수 있는 걸까? 어지럽게 남들과 있다가도, 오늘의 언젠가 반드시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 우린 그런 위안으로 버티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육체를 적응시킨 건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