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러운 가려움 - 소설

“너도 알 거 같지만, 난 여기서 그냥 살아. 처음엔 생존이었지. 어떻게 물을 얻고 어떤 열매를 먹고, 어떻게 춥지 않게 자고, 어떻게 토끼랑 물고기를 잡을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뭐든지 차차 배우게 되면, 그다음 걸 하고 싶어지는 법이야. 이곳이 날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난 멀리 가고 싶어 졌어.”

어때? 좀 몰입이 되냐?


“흠, 좋네. 아무것도 자신을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까.”

잉?

“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는데.”

“어! 그래? 버릇처럼 말이 나와 버렸어.”

하여간~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몇 마디 더 해 볼래.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건, 자기 자신뿐이란 걸 알 거 같아?”

음?

“무슨 소리야? 굳이 날 죽이는 게 있다면, 시간이 그런 거 아닐까? 흥망성쇠 생로병사니까, 결국 시간이 모든 걸 무너뜨리고 있는 거지. 아! 보리가 얘기했던 엔트로피도 그런 의미였네!”

오! 나 생각보다 똑똑할지도?


“흠, 일리 있네.”

음, 음.


(중략)


“난 단순한 주제들에 호기심을 가지는 편이야. 너처럼 진중한 편보다는 음~ 가볍고…. 아! 호기심의 요정이랄까!”

“……. 풉!”

!!!!

“야! 왜 웃어!”

“아니, ㅋㅋㅋㅋ 자기 보고 요정이라니~~~. ㅋㅋㅋㅋ”


“아니, 가끔 그럴 때 있지 않아? 되게 단순하고 원초적인 호기심이 드는 순간 말이야. 예를 들면, 내가 자신을 간지럽힐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가려운 곳을 긁어도, 시원해지기는커녕 점점 찜찜해지잖아. 어쩌면 이 두 가지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을지도 몰라!”


(중략)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응? 뭐… 말이야?”

“간지러운 거랑 가려운 거 말이야!”

“아~, 그거~!”

하…….


“근데, 그 두 개가 다른가? 간지러운 거랑 가려운 건, 거의 같은 거니까, 그냥 하나의 현상인 거 같은데?”

음?

“야, 전~~~~혀 다르지! 간지러운 거는 남이 날 괴롭히는 거고. 가려운 거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가려운 거잖아!”


(중략)


“근데, 초롱아. 가려울 때 긁으면, 시원해지지 않아? 난 좀 시원해지던데?”

“아니지. 그건 잠깐일 뿐이잖아. 점점 더 가려워질 뿐이야.”

“하지만 남이 긁어주더라도, 점점 가려워질걸?”

“하지만 여전히 내가 긁는 거보단, 남이 긁어주는 게 더 나아.”

“어째서?”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 손으로 긁는 거보단, 효자손으로 긁으면 훨씬 시원하고, 남이 손 안 닿는 곳을 긁어주면 더 그래. 남이 긁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인 거지.”


“음, 꽤 괜찮은 발상이란 생각은 드는데.”

“그런데?”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면, 전혀 안 간지러운 이유를 알아야 할 거 같아.”

오!

“그거 좋네.”

“그렇지. 난 알고 있거든.”

!!

“정말?”

“응. 이건 뇌 과학인데, 내가 날 간지럽히려 하면, 뇌가 이미 대비를 해 버린다는 거야. 간지럼이란, 예측할 수 없는 기습에 당하는 거와 유사하단 거지.”


(중략)


“그렇다면, 가려운 것도 뇌가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가려운 거네.”

“그런 거지.”

“그럼 내가 날 긁었을 때가 좀 이상해. 내가 이미 예상한다면, 긁는 효과가 간지럽히는 거처럼 거의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좀 시원해지긴 하잖아.”

“흠~, 좀 애매한 부분이네. 내 생각엔, 가렵거나 간지러운 것엔,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잖아? 긁는 거로 그 요인을 자극할 수 있다면, 떼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지. 손톱이 예리하게 비질을 해주는 거야.”

어? 오!

“모르겠다가 마지막에 알겠어!”

“그럴 줄 알고 덧붙인 말이야.”

“아하하! 역시 푸른이네.”


“음~, 내가 긁는 건 예상해도, 그게 치워지는 정확한 위치는 모르니까, 조금 시원해지는 거구나! 하지만 남이 긁어줘도 시원한데, 왜 그땐 간지럽지 않은 걸까? 물론 남한테 긁어달라고 했는데 간지럽다고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엄청 시원하지 않아?”

“흠~, 그건 두 가지가 있는 거 같아. 하나는 남이 긁어주는 곳이 민감하냐 아니냐지. 가려운데 민감한 부위인 거라면, 남이 긁어주는 곳이 특히나 가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 두 번째는 남이 긁어주는 거라면, 등 한가운데처럼 내 손이 잘 안 닿는 경우가 많잖아? 효자손도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긁어주는 가려움보다 시원함이 훨씬 부각되는 걸지도?”


“…….”

“…….”

ㅋ!

“그거 알지? 이젠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ㅋㅋㅋㅋ! 맞아. 복잡하게 얘기하긴 했는데, 정작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렇지? 그럼,

“오늘 자 귀여운 호기심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 진지하게 들어줘서 고마워. 정말 시시한 궁금증일 뿐인데 말이야.”

“별말씀을.”


“지금 드는 생각은,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도, 언제 날지 안다면 덜 놀라거나,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를 하다가도, 내가 운전하면 괜찮은 것처럼, 알고 있는 거랑 아닌 건 차이가 참 큰 거 같아.”

“오~, 괜찮은 평가네.”


“어쩌면 마음의 안정을 얻는 건, 주변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거랑은 상관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녀석은 그냥 준비가 필요한 거야. 앞으로 뭐가 지나갈지 알아두는 거 말이야. 그래서 나이를 잘 먹으면, 마음이 편안한 건지도 모르겠어. 마치 아버지가 해준 나무꾼 이야기처럼 말이야. 언제나 도끼를 갈고 닦고 연마하고 준비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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