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지?
아니어도 상관없어. 분명 이건 오랜만이니까. 예전에도 얘기했듯이, 세상은 참 웃긴 일들이 많아. 이상한 일들이고, 말이 안 되는 일들이지. 세상은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그냥 웃어넘기기 아까울 정도로 세밀하게 짜여있는, 불균형의 연속이야. 아, 물론 난 웃어넘기는 법을 얘기할 거야.
이만하면 걱정을 많이 덜었지? 오늘은 한 소년의 얘기를 해볼까? 맨날 얘기하는 바로 그 녀석 말이야.
이 녀석은 자기애가 바닥에 도달했을 때야말로, 자신을 가장 아낄 수 있다고 믿는 녀석이야. 맞아. 네가 녀석을 비하하고 아니꼽게 볼 때마다, 강해지는 변태인 거야. 정말 끔찍한 생명체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만약에 네가 사회에 완전히 동떨어질 운명이란 걸 알게 된다면, 어떨 거 같아? 장담하는데, 그건 전혀 단순한 일이 아니야. 완전히 혼자가 된다는 건, 다시없을 고통이지. 그걸 알 수 없더라도, 우리가 사회적인 동물인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소년은 인간인 주제에 인간을 혐오했어. 모두가 멍청하다고 생각했지. 거의 모든 것이 마음에 안 들고, 가짜라고 느끼는 병에 걸려 있어. 소년은 자기가 병자 취급받을 거란 걸, 금방 알게 될 거야.
많은 이가 옳다고 생각해서, 그게 정말로 옳은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모르는 소리. 많은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진리야. 우리가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다는 건, 절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거야. 어떤 기발하고 훌륭한 발견과 발명과 추론이든, 사회 안에서만 의미가 있기 마련이니까. 지구에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건, 우리뿐이니까!
있지, 이거 정말 슬픈 일이야. 내게 놀라운 생각이 있다면, 그걸 인정받는 거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니까.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생각이라도, 조금이라도 욕심을 가진다면, 인정받을 필요가 생기는 거야. 주류가 된, 순수했던 모든 이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결국, 뭔가에 활용할 만큼 쓸 만한 생각은, 원래 모습을 탈피해야만 해. 문제는 그런 현상이 아니라, 소년이 그걸,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거야. 벗어날 수 없는 최면에 스스로 갇혀버린 거지. 아무리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 네 생각이 좀 더 정답에 가까운 것 같다.’ 시늉해도, 마음 깊은 곳에선 여전히, 자기 생각이 자신의 모든 걸 지배하는 병에 걸린 거야. 자기 생각이란, 다른 것들은 전부 허례허식으로 치부해 버리는, 망상의 일종이지.
요샌 꽤 삶에 만족해서 그런가? 이런 자기 고백, 정말 오랜만이야. 아무리 네가 널 이해하고 인정해도, 비겁한 자신이 어디 가는 게 아니야. 어떻게 수십 년의 세월을 살아갈 수 있었겠니.
솔직해지자. 쿨하게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척하지만, 진지하게 그 오점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네게 그런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한 착각이야. 그건, 정말 대단한 사람들한테만 가능한 거니까. 범인(凡人)은 그런 거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놀라운 사람들은 자신이 그러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의식하지 않아. 지적당한 오류에 신경 쓰며 일희일비하는 건, 너처럼 더러운 망상가뿐이야.
놀라운 사실을 알려줄게. 네 더러움과 치졸함은 사람들이 네게 수군대는 거만큼 비열한 일이야. 알기 쉬운 말로, 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찌질한 놈일 뿐이야.
네 욕구불만을 본다면, 모든 답을 알 수 있지. 이것도 참 오랜만이지 않아? 너무 피하고 싶어서, 애써 잊으려 했던 콤플렉스를 다시 들춰 보는 거 말이야. 정말 재밌는 모순이야. 정말 네 이성애와 욕망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게 흥미로운 점은, 모든 애매한 것에 나름의 정의를 내어놓고, 대하려 한다는 점이야. 자기가 납득할 수 있는 일이면,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이지. 적어도 네 마음속에는 말이야.
하지만 사랑은 어땠을까? 아니, 그냥 육체적 욕구라고 해버릴까? 뭐라도 상관없을 거야.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넌 네 모든 나태함과 콤플렉스를 의식의 힘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모든 걸 하소연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어. 자신이 이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거야. 안 그러면 괜히 예쁜 친구들한테 카톡을 보내는 이유가 뭐겠니?
착각은 하지 말자. 넌 전혀 멋지거나 쿨하거나 퀴어한 녀석이 아니야. 자신이 갈망하는 걸 공짜로 얻으려고 찡찡대는 녀석이지. 모든 ‘멍청한’ 타인이 자신 앞에 기어 다닐 수준이라고 믿고 있잖아. 부정하지 못할 거야. 지금 네가 바라고 있는 게, 딱 그런 수준의 퇴보니까. 그런 거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잖아.
아직 모르겠어? 그 이상한 사랑에 대해서 더 얘기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