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 소설

고향에 오면, 다시 옛날로 돌아오는 기분이야. 너도 그런 적 있어? 그리워진 나를 다시 발견하는, 집에 돌아오는 거 말이야. 분명 지나친 나일 텐데, 어느새 낯설어진 기억 덕에 행복하고도 찡해지는 순간이 있어.


(중략)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 말이야. 밝은 얼굴로 고향에 돌아올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시기는 아주아주 짧단다. 우리는 점점 마음의 안식이라는 토지를, 삶에 갉아 먹히고 있으니까. 세월이 흐르면, 점점 외로워지는 법이야. 어쩌면 그 상실을 두려워하는 시기에 결혼이란 걸 시도하게 하는, 정말 놀라운 설계가 있는 걸지도 모르지.


고향이라고 그렇게 다르지 않아.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면, 모두가 착잡할 거야. 행복이나 자유란 것도 엔트로피에 지배받고 있으니까. 그 아름답게 정돈되었던 결정들은, 어느새 외로움이란 이름의 익숙한 무질서가 되어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겠어? 과거에 그 아름다운 보석을 가졌던 내가, 밉지 않겠니?


적어도 이번엔 정말 다행인 거야. 마지막이 보리와 홍시여서인지……. 이번에 초롱인, 상처를 회복할 수 있을 거니까…….


물론 난 죽을 맛이지. 이런 경험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할지, 아찔한 지경이야. 하지만 나와 사람들이 이 지독한 외로움에도 견디는 이유는, 곧 죽을 것 같아도 살아야 하기 때문이야. 솔직히, 이대로는 억울하니까. 어쩌면 우린, 이런 악바리 때문에 점점 더 오래 살 수 있게 된 거일지도 모르겠네.


초롱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녀석은 지금 많이 약해져 있어. 뿌리에 가장 예속된 녀석이, 여행을 갔다 왔기 때문이야. 그래서 고향의 싱그러움을 빈 물독처럼 빨아들이는 지금이, 행복한 거야. 사실 물독 밑이 빠져있단 걸 알게 되는 순간, 어른이라는 존재가 되는 거지……. 뭐, 다행인지 불행한 건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 진짜로 어른인 사람은 몇 안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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