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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pro May 15. 2024

영화리뷰 #8. <그녀가 죽었다> 리뷰

현대인의 관음증을 충족하는 수단, SNS

예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아침마다 항상 장수막걸리 1병을 사가시는, 위층 바둑기원 단골인 한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Cu 편의점의 한 모습, 출처: 조선 biz

"가만 보면 자네는 요즘 청년들과 다르게 참 싹싹하단 말이야. 어떤 알바는 손님이 와도 인사도 안 해. 손님이 들어오잖아? 그럼 고개 그냥 까딱하고 다른 데로 시선이 돌아가지."


내가 물었다.


"어디로 시선이 가요?"


"어디긴 어디야. 스마트폰이지. 여기 사장이랑 나랑 친한데 사장한테 그런 놈들 다 말해서 지금은 잘리고 없어."


"아..."


"그러니까 자네도 조심하라고."


"... 네."


"그.... 뭐냐 요즘에 엠제트? 젊은 애들을 그렇게도 부른다며. 아무튼 요즘 젊은 애들, 우리 때와 다르게 개인주의가 팽배해. 참... 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될 련지. 끌끌...

수고해~"


"네, 사장님 또 오세요."


그렇게 가시려나 싶더니

어르신은 가게 앞에서 같은 바둑 기원에 다니는 다른 어르신과 마주쳤고,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시며 한참을 떠드셨다.


나중에 테이블 밑에 널브러진 꽁초 치우느라

고생했다.


몇 분이 흘렀을까.

페이드아웃 효과를 입힌 것처럼, 어르신의 목소리는 점점 가게에서 멀어졌다.


그때 당시, 나는  휴대폰을 잘 안 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도출하기 위해 생각에 잠겨 있었고,


 고민해 본 끝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SNS를 끊어서.




필자는 SNS를 안 한다. 정확히는 했다가 끊었다.

가끔씩 주변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을 안 하는 나를 보면 마치 천연기념물을 보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응시하며 묻는다.


"도대체 왜 안 해?"


한때는 필자도 SNS를 했는데 인스타그램의 하이라이트 기능이 내가 눈여겨본 경제지 혹은 영화 매거진의 글들을 스크랩하고 아카이브 형태로 저장해 놓기 너무 유용했기 때문이었다.


친한 대학 선배의 여동생이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말했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오빠랑 친한 걔 인스타 완전 아저씨 같더라."


SNS와 패션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그런데 지금 SNS의 태를 보면 왝 더 독(Wag the dog)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걸까.


자기표현을 넘어, SNS를 통해 드러난 모습이  본인의 삶을 집어삼킨 아찔한 모습.


해당 영화는 그 위험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가 사회적 신분(직업)을 이용해 저지르는 변태적 일탈을 주로 보여준다.


그녀가 죽었다(Following, 2024) 중, 출처: 네이버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탈의 꼬리가 길었던 일까.


변태적인 취미 행위의 타깃이 된 여자가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되고, 주인공이 시체를 최초로 발견하게 되며 극은 자연스럽게 서스펜스 장르로 탈바꿈한다.

그녀가 죽었다(Following, 2024) 중, 출처: 네이버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초반부에 비해 시점이 변화되며 중, 반주쯤엔 극을 이끌어 가던 묘한 설득력이 점점 빛바래지는 느낌은 언뜻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작품은 현대인의 관음증과 폭력성에 해 매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적극 추천한다.


여담


그간 신혜선 배우와 변요한 배우가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분들에겐 이 영화를 더욱 추천한다.


신혜선 배우의 광기 어린, 지금까지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개인적 별점:  ★★★(기대 이상,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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