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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엄마 Jan 10. 2024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그냥 살아가자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은 것이라도, 낮은 위치에서라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지금은 그것이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하며 생존을 꿈꾸어야 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오기 때문이다." - 자본주의, EBS MEDIA, 가나출판사 68쪽- 


반차를 내고 오전에 아이 병원에 다녀왔다. 우회전해서 병원을 향해 가야 하는데 차선을 변경하기 어렵게 차가 줄지어 있었다. 한 차의 배려로 간신히 끼어들었고 한참을 기다려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지만, 기다림은 필수였다. 도착부터 벌써 지친다. 아이의 피부 상태가 좋아져 교수님께서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감사다. 집에 와 아이들 점심 먹이고 출근해야 하는데 힘이 쭉 빠진다.


이불 위에 잠시 누웠다.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뺀다. 10분만 쉬자 싶었는데, 뇌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말이 나왔다. 

"이대로 잠들어서 눈을 안 뜨고 싶다." 

이게 나의 진심일까? 흠칫 놀라며 내 마음을 살펴본다. 요즘 많이 힘들었던 걸까? 


결혼 전이라 해도 매일 편안하고 매일 즐거웠던 건 아닐 텐데, 결혼 후의 삶은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 오늘 새벽 자본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신혼 초가 떠올랐다. 나의 대학원 학비와 더불어 박사과정에 간 남편의 학비까지 한 학기에 내야 할 돈, 연수를 가거나 자격증 비용으로 들어가는 비용의 압박이 컸다. 아이도 생겼고 육아휴직을 하며 생계는 유지했지만, 늘 여유가 없었다.  


둘째를 낳은 후로는 몸이 늘 아팠다.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온몸이 젖은 스펀지 마냥 무겁고 아파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장한데 아프다는 말을 하는 내가 우스웠다. 이 등치에 아프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며 힘을 끌어올려 아이들을 돌봤다. 여유 없이 시작한 살림에 아이는 어쩌자고 둘이나 낳아서 감당하기도 힘들어하는 건가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더 그렇게 아팠던 건 아닌가 싶다. 


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할 만큼 아이들도 많이 컸는데 이제 나는 무엇이 힘든 걸까? 이렇게 잠들어 깨고 싶지 않다는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나의 진심인가, 지금 삶이 힘들어서 헛 나온 말일까? 자꾸 파고들다 보면 우울만 커진다. 생존을 위해서 계속해서 도전하며 꿈꾸며 자본주의 세상의 따뜻한 봄을 기다리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그냥 살아가자.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으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내는 것, 그렇게 오늘은 살아내는 것, '그래, 이제 출근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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