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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엄마 Jan 18. 2024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난 다이어리가 있다. 사용을 못할 줄 알았는데 새벽에 하는 스터디 모임에서 그날그날 공부한 내용을 다이어리에 적으면 좋다고 해서 그 다이어리를 꺼내왔다. 오늘 숙제를 하고 다음 장을 넘기는데 질문이 있었다.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좋아했거나 잠시 사귀었던 사람들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질문에 맞는 사람이 떠올랐는데 이미 블로그에 글을 쓴 적이 있어서 잠시 망설이다 그의 이야기를 쓰자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화면을 켜니 마음이 바뀐다. 다시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 과거로 가고 싶어졌다. 


"오늘 저녁에 술자리가 있는데 올래?"라는 아는 오빠의 말에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1차가 끝나갈 무렵 한 남자가 날 바라보며 우리 테이블 쪽으로 걸어왔다. 안경 속으로 보이는 눈이 커 보이는 남자의 눈이 더 커지면서 날 바라봤다. 속으로 '뭐야? 왜 봐? 뭘 봐?'라는 마음을 담아 그 사람을 쳐다봤다. 그는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날 초대한 오빠의 친구였다. 말 많은 아저씨들 사이에서 나도 말을 많이 했다. 그때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지식이란 게 처음 생겨 할 말이 많았다.


2차도 가고 노래방도 갔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택시에 타고 문을 닫는데 눈이 큰 남자가 택시 문을 잡더니 데려다주겠다고 택시에 따라 탔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미 택시는 출발하려 했다. 창밖에 오빠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어? 어! 아닌데.. 아닌데.. P는 L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블링 블링 샤방샤방한 여자를 좋아했다는 그가 블링과는 거리가 먼 날 따라왔다. 그를 잘 아는 그들이 놀랄 일이다. 그렇다 해도 아닌데라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언짢았다. 택시에 타고 둘이 있게 되자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덕분에 순식간에 집 앞까지 왔다. 전화번호는 묻지 않고 가지만 다시 연락을 할 테니 내일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내일이 되었는데 전화가 없었다. 기다린 건 아니지만 연락이 없으니 괜스레 전화를 바라보게 된다. 다음날이 되자 전화가 왔고 일정이 있고 선약이 있다고 말했지만 그 시간의 빈틈을 찾아 그가 왔다. 잠시 만나 날 약속 장소에 데려다주고 다음날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오랜만에 가슴이 설렜다. 그렇게 첫 데이트 날, 집에 도착한 그가 장트러블로 인해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달려갔다는 말을 했을 때 웃지 말았어야 했다. 매일을 만나고 단 시간에 결혼까지 결정하게 됐으니 그땐 많이 급했나 보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과 역경을 말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결혼이란 제도 안에 날 밀어 넣고 싶은 건가 묻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결혼과는 안 맞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잘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잘 안다고 착각했다. 삶이란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는 과정이란 것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는척하지 않도록 호되게 알려줬어야 한다. 삶을 너무 쉽고 만만하게 본 내 탓이 크다. 그걸 알아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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