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엄마 Jan 08. 2024

엄마가 아픈 주말

세상의 모든 엄마들 힘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아플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내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면 부모님이 바로 약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셨다. 병원을 데려가기도 하고 아이를 봐주시기도 했다. 엄마가 있어서 좋은 건 엄마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그렇다.


지난주 목요일 저녁, 딸이 퇴근 시간 가까이 되어 사무실에 찾아왔다. 며칠 전 아들이 아파서 조퇴하고 와서 우동을 사줬는데 그걸 기억하고 우동이 먹고 싶었단다. 전날도 밀가루 음식을 먹은 터라 며칠 후에 사주기로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다른 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다.

"엄마한테 왔는데 뭐라도 사줘야 기분이 좋아지겠지?" 하던 차에 순댓국집이 눈에 띄었다.

국밥을 좋아하는 딸에게  "순댓국 먹을래?" 물었다.

"나야 좋지." 란 아이의 말에 순댓국을 특으로 2인분을 포장했다.


셋이 나눠먹기에 충분한 양이었고, 맛있었다. 질긴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은 내 국그릇에 자꾸 내장을 덜었다. 평소 먹던 양 보다 조금만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새벽이 되자 속이 좋지 않았다. 아이들은 괜찮은지 물었는데 밤새 소화 잘 시키고 아침도 잘 먹고 학교에 갔다. 오후가 되어 대표님과 예산에 다녀오게 되었는데, 내 차를 운전해서 다녀오는 일이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나 보다. 전날 먹은 것도 안 좋았는데, 라면을 먹고 운전을 해서 다녀온 게 무리되어 집에 왔는데 몸이 좋지 않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 8시가 되어 엄마는 누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한 후 자리에 누웠다. 몸에 오한이 들고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들에게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달라고 했는데 혼자 못 가겠단다. 그렇게 잠이 들고 계속 누워있었다. 너무 누우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여성 평균 사망나이가 90세를 넘었다는데, 이런 몸으로 나는 90세까지 살 수 있을까 한숨이 나왔다.


엄마가 아프니까 아이들이 엄마한테 밥 달라는 소리도 못한다. 토요일 점심에는 라면을 끓여 먹고, 밥을 먹으라 해도 굶는다. 마음은 안타깝지만 일어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가서 먹을 것을 사 오라 해도 못하겠다고 굶는 것을 선택하는 걸 보니 화도 나고 언짢았다. 엄마 약도 못 사러 가는 아이들이니 어쩌겠는가!


일요일 오후가 되자 기운이 조금 차려지는데, 너무 누워 있던 탓에 이번에는 허리가 문제다. 속은 속대로 안 좋고 관절은 관절대로 안 좋은 엄마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한숨을 쉬며 온 힘을 다해 일어났다. 내일이면 아이들은 방학 시작이고 나는 회사에 가야 하는데 빨래는 산더미고 먹을 건 없으니 더는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일어나니 아이들 얼굴이 밝아진다.


함께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뒤져 반찬을 만든다. 아이들은 빨래도 개서 정리도 척척하고 분리수거 쓰레기도 갖다 버린다. 요리를 할 땐 아들을 옆에 두고 하나하나 가르친다. 엄마가 아프거나 없으면 네가 밥을 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엄마가 평생 옆에서 하나하나 챙겨주고 다 해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내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마흔이 넘어도 엄마가 해주는 것을 받는 나이지만, 나처럼 부모에게 의존적인 아이가 아닌 독립적인 사람으로 키우기. 함께라서 좋지만, 함께이지 않아도 혼자서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녀를 키우는 일.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건강하기.





작가의 이전글 익숙함 곧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