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진 경계
경험의 멸종: 가상과 현실 (6장 후기)
생활 전반에서 매개된 경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초반에 다룬 매개된 경험의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다루는 것이 6장에 해당한다. 매개된 경험이 우리 일상 전반에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단순하게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 자신만의 내밀한 생활의 일부를 매개된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예로, 매개된 경험을 통한 성생활이 있다. 젊은 세대(19세~24세)를 대상으로 성생활과 관련한 설문을 했을 때, 그들에게는 매개된 경험만이 존재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매개된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 우리는 이제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보러 갔을 때, 혹은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본 순간 가장 빠르게 하는 일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몸에 배에 있다. 또 우리의 일상에서 밥을 먹고, 여행을 가는 순간을 모두 이미지화하여 세상에 흘려보내는 일에도 익숙하다. 책에서는 미술관에서 모든 작품을 사진 찍으며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관람객을 사례로 설명한다. 과연 그 사람은 무엇을 얼마나 기억하게 될까?
나도 전시회에 가서 촬영이 허락된 구간에서 사진을 찍는다. 모든 작품을 다 그런 식으로 감상하지 않음에도, 그런 행위 뒤에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사진을 잘 찍었는가로 이동하는 것을 느꼈다. 결과물이 중요했다. 이후에 그 사진을 자주 들여다봤는지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블로그 등에 게시할 이미지가 필요할 때 소비하는 정도에 그쳤다. 혹은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을 인증하는 용도가 전부였던 것 같다.
6장을 읽는 내내, 계속된 생각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에 관해서였다. 흡사 이 장에서 말하는 매개된 경험은, 내 정신은 상상 속에서 헤매고 있고, 내 몸은 현실 속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체화적 독서와 닮아 있다. 끊임없이. 점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때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이 비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서, ‘아! 이게 꿈이었다면!’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일상의 매개된 경험이 온통 나를 둘러싼, 그게 너무나 당연한 현실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내게 무엇이 가상이고 현실인가를 다시 되묻게 된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매개된 경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이 경험이 우리 각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묻는 것 같다.
최근 나는 구글에서 운영하는 가상 미술관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려고 했다. 알람을 설정하면 주기적으로 소식이 온다. 그러면 내가 관심 있는 예술작품과 그에 연결된 다른 작품들까지도 순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 내가 모르는 화가들도 소개해 주기 때문에 매우 편리했다. 세상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가끔 우연히 낯선 화가들을 발견할 때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세계 곳곳에 있는 모든 미술관을 가지 못하는 내 현실의 욕망을 아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분명 매혹적이었다.
여러분의 일상은 매개된 경험이 얼마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