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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잖아. 그럼 된 거야
가끔 몇 년 전 쇼핑몰 앞 분수대에서 막내 사랑이와 있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우리 둘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때 당시 난 곤란한 상황에서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때나 힘든 날들이 존재했던 것 같다.
그런 나와 달리 사랑이는 그저 분수대에 이미 빠질 기회만 틈틈 노리고 있었다.
그저 방관하며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실수인 척 분수대에
몇 번 발을 담그다가 이내 넘어졌다.
누구 봐도 일부러 넘어진 것이지만 그날 따라 그냥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할 수 없어서 바꿀 수 없는 상황들에게 너무 깊게 빠져드는 마음을
건져내듯이 벌떡 일어나서 나도 사랑이처럼 분수대에 빠졌다.
사랑이와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사랑이는 함박웃음으로 내지르면서 달리고 달렸다.
우리 둘은 그렇게 신나게 뒹굴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사랑이의 '배고파' 한마디에
우리의 놀이는 끝이 나고 자동차에서 옷가지를 꺼내서 사랑이를 감싸고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의 햇살과 웃음소리가 그늘 어지는 내 마음을 잡아준다.
그때 사랑이와 놀아준 게 아니라 사랑이가 나와 놀아준 것일까?
오늘, 나도 사랑이도 그날처럼 마음껏 웃을 일이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