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면서 드는 개인적인 생각
가끔 무거운 사건, 복잡한 사건을 다루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고 외도를 알게 된 배우자의 정신적인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상간녀 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 역시 쉬운 소송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법리를 공부하고 그 안에서 논리적인 "법리 다툼"을 하는 것은 아니고 "배우자의 외도 증거"가 있는지, 있는 증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주장해 그 상대방으로부터 "더 많은 금원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제이기에 나름 다른 소송들에 비해 명확하고 간단하고 재밌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러한 간단하고 명확하고 재밌는 사건이라도 각기 다른 사실관계로 인해 "법리"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의문점이 생기고 고민이 많아지기도 한다.
"부부간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드리지?"
상간녀/상간남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으로 사건을 수행하면서 사람들의 외도 증거만을 보지 않는다. 처음 상담할 때에 "남편이 바람 폈어요.", "아내가 다른 남자랑 점심시간에 매일 어딘가에 1-2시간씩 있더라고요. 구글 타임라인으로 몰래 찾아보니 골프 선생님의 집이었어요. 어떻게 하죠."라는 말을 보통 의뢰인들이 많이 한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내 배우자가 아니라 내 배우자와 바람피운 사람이 너무 미워서, 소송을 진행하고 싶고 그에 합당한 위자료를 받고 싶다고 한다.
나는 그럴 때, "배우자가 왜 외도를 했을까요. 혹시 부부간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나요."라고 물어본다. 부부간의 갈등이 없는 사람이 과연 없었을까. 모두들 배우자의 외도를 알기 전에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한둘씩 문제점은 다들 있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지 문제가 외도로 이어지게 되는 것일 뿐. 이렇게 내가 질문을 하면, '배우자가 바람피운 것은 명확하고, 그 상대가 분명히 있는데 내 문제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실 저와 배우자는 오랜 기간 각방을 썼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도는 이해가 되지 않고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라고 생각돼요. 꼭 위자료를 받고 싶네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이라고 해서, "단순하게 배우자 바람피운 증거가 뭐가 있나요. 잠자리 동영상, 영상이 있나요."만 묻지 않고, 기본적으로 어떠한 부부 관계였는지, 무슨 문제가 서로 간 있었고 서로 간에 어떠한 점이 부족했는지를 몇 시간에 걸쳐 묻는다. 그러다 보면 사실 그 과정에서 나름 생각하지 못했던 스토리와 증거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위자료 청구소송만을 하게 된다면 배우자는 또다시 외도를 하게 될 것이 분명.. 하다고 생각되기에, 소송을 하는 과정 중에서 나름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해주고자 상담을 하는 것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와 같이 결혼 생활 전반에 대한 얘기를 몇 시간, 그리고 수십 명으로부터 듣다 보니 '왜 외도를 하는 것인가.', '외도는 어디까지인가.' '정서적인 외도도 포함되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많아지고, 실제 '정서적인 외도는 모두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실무적인 경험도 조금씩 쌓이게 되었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이와 같은 나의 소중한 경험이 재밌는 안주거리가 되기도 하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좋은 TIP이 되기도 해서, 글을 써보라기에 쓰게 되었다.)
사건을 하다 보면 단순하게 잠자리만 한 사건이 아니라, 남편 혹은 내 아내와 애정이 느껴지는 단순한 대화, 혹은 배우자로서 느껴지는 단순한 촉으로도 상대방의 외도를 감지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새는 상간자 위자료 청구소송, 가사 소송, 외도 소송 등 여러 가지 이혼과 관련된 카페들이 많이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공유하는 사무장, 변호사, 의뢰인들이 있기에 카페 활동을 하면서, 증거가 없어서 소송을 주저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단순 상담만으로 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화가 나면 다들 소송을 하신다는 사실.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사건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사건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내용의 경우에는 변호사의 직업윤리상 설명하기 어려운 점으로 약간 각색을 해서 쓴다.
어떤 한 여성분이 사무실에 상담을 요청했다. 아이가 있는 주부치곤 잘 관리된 몸매와 외모, 그리고 스타일까지 좋았다. 그러한 분 역시 남편의 외도로 고민상담을 하기 위해 상담을 요청했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다른 사건과는 달랐다. 남편의 외도 상대방이 1-2명이 아니었던 것! 이 여성분의 사연을 듣자 하니, 알고 있는 외도 상대방만 하더라도 거의 10명이 넘었다. 모든 외도 상대방에 대하여 남편과 잠자리를 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었지만 적어도 최소한 남편과 성명불상 여성들의 대화 내용에는 "오빠 하트"정도는 있었다. 사실 내가 그 여성이었다 하더라도 남편이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는 여성과 그것도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 다른 상대방으로부터 "오빠"라는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눴다는 자체만으로도 화가 날 것 같다. 그 여성분도 그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 여성분은 남편이 수많은 여성들과 교제를 하였고, 다들 잠자리를 하였으며 남편은 상대를 골라가며 짧은 기간 내에 연애를 즐겼는데, 그중에서 2명과는 깊게 교제를 하였고 심지어 자신을 속이고 몇 개월간 살림을 차린 것까지 확인했고 이것을 토대로 그 여성들을 응징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남편으로부터는 이 사실을 이미 알렸고, 남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살겠다며 여성에게 각서로 누구를 만났고, 어디까지 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사랑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작성해서 준 것도 있었다. 그러한 증거자료로, "오빠 하트"도 외도 상대방으로 판단되어, 위자료를 받게 되었다. 맞는 결론이긴 하다. 위자료 금액의 차이는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건 분명 바람피운 것은 맞았으니. (다른 내용도 있는, 카카오톡 내용이 있었다.)
즉, 잠자리 동영상이 굳이 없어도, 내 남편, 내 와이프와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고 나한테 상처 줬다면, 그건 외도이다. 바람맞다.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5...'
처음에 상담을 하면서, 어떠한 매력의 소유자길래 그 많은 여성들을, 그리고 짧은 기간 내에 만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사건에만 집중해야 하긴 하는데, 수많은 상간 위자료 청구 사건 중에서 단기간 내에 수많은 이성을 만났던 분은 없었기에 더 궁금했던 것도 있다. 그래서 조심스레 "남편분이 정말로 매력적이신가 봐요."라고 질문을 건넸고,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요"라는 것. 개인적으로 사진을 봤는데,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정말 사진으로 매력을 뿜을 정도의 외모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호감 가는 외모도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비주얼의 남편이었지만,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 나는 그 여성분을 대리하여 증거를 확보한 상간녀들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하게 되었다. 소송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주부였기에, 사실 일부만 빼서 진행하고 싶었으나 1개의 소송에 다수의 당사자, 즉 상간녀들을 한 번에 다 모아서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 여부를 떠나서, 여성분의 맺혀 있는 한을 소송으로라도 풀어드리고 싶었다.
카카 카톡이나 문자, 그리고 사진으로만 접했기에 여성분들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로 의뢰인이 전달해주신 자료만으로 소송을 진행했고, 드디어 첫 번째 변론기일이 잡히게 되었다. 나름 떨리는 마음으로, 수많은 상간녀들을 한 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이례적이기에 만반의 준비를 하여 법원에 도착했다. 이런! 근데 앞뒤 재판이 있고 법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피고인지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재판장님이 사건번호를 호명하자, 나는 좌측 원고석에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상간녀가 많다 보니, 보통 원고 2자리, 피고 2자리 정도 좌석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 자리로는 피고 자리가 부족했던 것! 내가 알아보지 못한 여러 여성분들이 하나둘씩 착석하기 시작했고, 부족한 자리는 원고석에 준비되어 있던 의자에 앉은 분도 있고 피고 1, 2, 3, 4로 쭉 앉다가 부족한 자리는 방청석 자리에까지 순차대로 앉게 되었다. 와, 정말 복잡한 사건 말고 이렇게 간단한 소송으로 법원에서 준비한 의자도 부족해서 방청석에까지 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피고 1,2,3 등 다들 착석한 여성분들은 재판이 처음인 듯했다. 서로를 모르기에 서로 간 누가 누구인지 탐색하는 게 몇 분, 정적이 흐르더니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장님이 "원고 누가 출석했나요. " "네, 원고 대리인 *ㅂ변호사 출석했습니다."라고 얘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피고 석에 앉아있던 많은 피고 여성분들이 나를 쳐다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은 억울한데, 내가 본인들을 상간녀로 만들어서 이 자리에 앉게 하였다는 것에 화가 난 듯했다. 나는 분명 증거자료를 토대로 해서, 사실 그대로 그분들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일 뿐. 증거자료를 탓해야 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이 대리인인 나를 상대로 비난의 화살이 꽂혔으며, 욕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같은 여자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난 정말 안 했어요"라는 말까지 하자, 재판장에서 경고조치까지 하게 되었다.
후술 하겠지만, 그 여성분의 경우 뒤에 방청석에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하여? 남편분을 데리고 오셨더라. 아마도 남편한테 본인의 억울함을 해명하기 위하여 나한테 더 욕설을 퍼붰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 다들 한분씩 손을 들고 본인 방어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일 어이없었던 것이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하트 이모티콘을 다 쓰고, 저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오빠라고 호칭하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그것만으로 외도를 했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요. 억울합니다."였다.
후.. 내가 설마 과연, "오빠"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피고로 삼았겠나. 그 전후 사정으로 여자 대리인, 여자 변호사로서 봤을 때도 충분히 의심 가는 사항이었고, 심지어 그러한 서로 간의 대화 자체가 이상야릇했다는 것을. 다만, 그 내용에 잠자리 내용이나 그런 더 수위 높은 대화가 없었을 뿐이었다. 어느 여성이라도 그 문자를 봤을 때에는 아, 이거 좀 이상하네라고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이러한 공방이 오고 가고 나서, 재판이 끝나자 피고 상간녀들은 언제 알았냐는 듯, 서로 간 통성명을 하더니 친해지며 나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왠지 바로 나갔다가는 돌을 맞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다들 재판 끝나고 나서 선고가 난 것처럼 화를 내기 시작했으며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러한 느낌을 확인한 경위가 그 여성분들을 법원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나에게 한 30분 지난 다음에 기다렸다가 나가라고 했다.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나름의 경험에 따른 조언이었을 것이다. 여성분들이 법원 밖으로 갔는지를 수차례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30분이 지났는데도 나가지 않고 서로 시위를 하듯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확인한 판사님께서, 판사님 뒤에 있는 문을 이용해서 여성들을 피해 갈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인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너무 놀래서 어쩔 줄 몰랐다. 나 또한 상간녀들로부터 돌을 맞을 수 있었기에, 무섭기도 했다. 다행히 법원의 가이드에 따라 나는 재판장님 뒤에 있는 문을 통해 나가서, 밖에 상황을 볼 수 있는 CCTV가 있는 곳까지 안내를 받았고 그곳에서도 상간녀들이 나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자, 그게 오래되어 법원 직원분의 도움으로 택시를 불러 첩보 작천처럼 바로 튀어 나가 택시에 탑승했다.
도망갈 수 있었다. 사실 정말 무서웠다.
아, 빼놓지 말고 해야 할 얘기. 제일 재밌는 포인트는, 피고들이 자리를 착석하는 과정에서 자리가 없어서 웅성웅성거릴 찰나가 있었다. 그때, 원고석 자리도 피고 측에 빌려줬어야 했는데 원고석에 구석에 앉아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피고 몇 번이세요?"라고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그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 다행히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었다. 나름의 노력이 반영되었다 뿌듯..
개인적으로 사건을 하다 보니, 못생긴 남자임에도 다수의 여성들과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 잘생기고 예쁜데도 남편이나 와이프가 바람피우는 사람 등등 외모가 다는 아닌 것 같다. 성적인 매력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도 외도를 하게 되는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변태 아닌 이상..
가장 큰 것이 정신적인 외로움, 상대로부터 느끼는 외로움을 외도 상대방으로부터 달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집에 들어가서 하지 못하는 얘기들이나 위로를 외도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에 설명한 단기간 내에 다수의 여성들과 불륜을 저지른 남성분도 정말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한 아저씨, 심지어 호감가지 않는 외모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괜찮은 여성분들과 교제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자가 느끼게 하지 못하는 따뜻함을 잘 표현하는 그런 능력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정말로 그간의 증거자료를 살펴보다 보면, 느끼하다고 생각할 만한 내용으로 여성분들을 잘 다독이고 위로해줬던 게 보였다. 그렇기에 아직도 사랑해서 남편을 용서해주고 많은 상간녀들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결론적으로 외도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인 외로움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을 두서없이 적은 것이기에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합니다. 법률적인 내용이나 개인적인 사례를 각색한 것이므로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