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회장 선거
3월은 신학기가 시작되고, 각급학교에서 회장, 부회장을 선출하는 달입니다.
학급회장은 큰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선출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전교 회장 선거는 좀 다릅니다. 먼저 선거 벽보가 여기저기 나붙어 눈길을 끕니다. 가장 멋진 모습으로 찍은 입후보자의 대형 사진 밑에 나열된 공약은 아이들의 구미를 동하게 합니다. 입후보자나 선거운동원은 어깨띠를 두르고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한 표를 부탁하기 바쁩니다. 어른들의 선거 열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선거 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난 지금은 유권자들의 희망 사항은 모두 당선자의 짐이 되었습니다. 그는 제 몫을 다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약 중에는 학교의 재정문제와 관계있는 공약도 있어서 쉽지 않은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에 똑똑하고 당찬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학급회장으로 그 녀석이 선출될 줄 알았는데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남학생 수가 많아서 여자 회장이 선출된다는 것은 어려 울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똑 부러지며, 지도력도 있는 녀석이어서 당선을 기대했었거든요. 학급의 잡다한 일 중에 학급 임원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도 제법 있고, 4학년부터 학급 자치 회의를 운영해야 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똑똑해서 자기들 위에 군림하는 학급 임원을 원하지 않는가 봅니다. 지난해에도, 금년에도, 우리 반 회장으로 뽑힌 아이는 결코 특별한 아이가 아닙니다. 목소리도 우렁차지 못하며, 공부도 특출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에게는 남과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어려움을 거절하지 않고 도울 줄 알며, 아이들과 큰 소리 내는 일 없이 잘 지내는 심성이 있었습니다. 그 좋은 성품으로 인하여 친구들의 신뢰(믿음)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선거철입니다. 늘 가까이 있던 사람 중에서 우리 고장의 일을 맡아 해줄 사람을 뽑는 지방선거입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선거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녔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를 선택하여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까요? 지지하는 정당의 입후보자에게 먼저 눈길이 가겠지만 지방선거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신뢰를 받는 덕인(德人)이 행정 운영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지방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선택 기준은 내가 믿을 수 있는 덕인(德人)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지닌 덕성(德性) 때문에 사람들과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좋아지고, 나아가서는 지방의 어려운 문제도 쉽게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옛 성현이 말했다지요.
“정치란 경제, 군사 그리고 백성의 신뢰다. 그러나 모두 버리더라도 백성의 신뢰(信賴)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나라가 설 수 없다.”라고. (2004. 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