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Dec 08. 2022

<한산:용의 출현> 리뷰

새로운 전쟁영화의 출현

<한산:용의 출현>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되는 영화다. 기존 전쟁영화와의 차별점과 아쉬웠던 점을 정리해보았다.


1. 탄탄한 왜군 서사


영화 <한산:용의 출현>은 기존 임진왜란을 다룬 작품들과 달리 왜군의 서사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조선과 왜의 대립을 설명할 때, '왜군은 멍청하고 간악하다'라는 깊이 없는 묘사는 이제 '국뽕'이라는 비판과 함께 관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뿐더러, 한산도 대첩은 객관적으로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전투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다.

<한산:용의 출현>에서는 이를 간파하고 왜군 쪽의 서사를 탄탄하게 구성했다. 일본군 장수들은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이순신을 얕잡아 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전투를 준비한다. 치열하게 정보전을 펼치고, 상대의 의중을 간파하려 하고, 전술을 연구한다. 국내 영화 중에서 다른 나라와의 갈등을 그렸을 때, 이 정도의 분량과 깊이로 상대편 나라의 입장을 설명하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의 정치적 상황, 인물들의 관계, 캐릭터성 등을 조선 측과 비슷한 수준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은 신선할 뿐만 아니라 매번 하나의 각도에서만 봤던 역사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한산도 대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책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 땀을 쥐게 하는 전투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그 치열한 전투에서 기막힌 전술과 리더십으로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서사가 자연히 드러난다.


2. 자극적인 장면의 제외 


<한산:용의 출현>에서 또 하나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장면의 제외한 점이다. 한국 전쟁영화에서는 매번 아녀자를 강간하거나 민간인을 재미로 학살하는 장면을 포함시키는 편이었다. 물론 실제 전쟁에서 강간과 민간인 학살이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전쟁영화에서 강간과 민간인 학살은 주연 인물들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폭시키는 장치일 뿐이었다.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을 포함하지 않은 채 강간과 학살을 묘사하는 것은 그저 영화의 자극도를 높여주는 보조제 역할일 뿐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불편감만을 선사한다. <한산:용의 출현>은 그런 부분들을 배제하면서 관객들이 불편한 감정을 느낄 만한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조선과 일본의 치열한 노력과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3. 신선한 배우들


<한산:용의 출현>은 모든 배우들이 신선하다. 전체적으로 젊은 나이의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 따분할 수 있는 사극에 생동감을 준다.

여리하고 잘생긴 얼굴의 박해일 배우가 이순신을 분한 것과 꽃미남 이미지의 변요한 배우가 야생적인 왜군 장수를 맡으면서, 두 주연의 생각지도 못한 역할과 조합이 너무나 널리 알려진 한산도 대첩을 새롭게 다가오게 만든다. 기생 역할을 소화한 김향기 배우, 안정적인 사극 연기를 하는 옥택연 배우, 진지한 눈물연기를 하는 박지환 배우를 보는 것 또한 극을 더욱 신선하게 만든다. 모두들 본래 관객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벗어나는 역할과 연기를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도 비중 있게 나온다. 김성규 배우, 이서준 배우, 박훈 배우, 윤진영 배우, 김재영 배우, 박재민 배우 등 관객들에게 새로운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가 극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인다.

아마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영화관을 찾았을 때 <한산: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 영화답게 전형적이고, '국뽕'을 부르는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신선한 전개와 구성, 배우들로 인해 관객들은 집중도가 높아진 동시에 새로운 정보들을 머리에 쑤셔 넣으며 극을 이해하기 위해 러닝타임 동안 안간힘을 쓰게 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안성기 배우, 손현주 배우, 김성균 배우의 깊이 있는 연기는 영화에 안정감을 선사하면서 관객들을 안심시킨다.


4. 부족한 촬영과 편집, 그를 메꾸는 미술


좋았던 점이 많았지만, 촬영과 편집은 아쉬운 점이 있다. 촬영은 몇몇 장면에서 찍어야 하는 인물 대신 엑스트라나 다른 사람에게 눈이 가게 하는 앵글이었다.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지 않고 모두를 찍으려 해서 자꾸 누구를 봐야 할지 모르겠어서 눈을 굴렸다.

편집 또한 아쉬웠다. 자잘한 부분을 과감히 잘라냈더라면, 서사적으로 보충하는 장면을 한 씬이라도 더 넣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산:리덕스> (감독판)을 봤더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모두 이해되어서 아쉬움이 크다. 편집과 함께 보충 서사와 촬영 또한 부족하니, 통일되지 않은 조각난 서사와 묘사들로 관객들이 더욱 혼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한산:용의 출현>은 아름다운 의상과 미술로 매우 볼 만하다. 조선과 왜군 장수들의 수염 디자인이나 의상 디자인은 고증을 모두 따르면서도 아름답다. 조선은 푸른 계열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왜군은 붉은 계열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미술적으로 대립미를 보여준다.

많은 전쟁영화에서 전란 중에 사람들이 더러운 티를 얼굴에 묻히고 다니는 것으로 표현을 하였는데 <한산:용의 출현>에서는 전체적인 인물들과 미술이 깔끔하다. 조선 장수들이 수려하고 깨끗한 얼굴로 최선을 다해 나라를 걱정하는 장면들이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작가의 이전글 <헤어질 결심> 해석: 당신 그 자체를 사랑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