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세벽
장모님 생신이라
비행기 타고 와서
빈방 하나씩 차지하고
가방 하나로 살림 차리는
애 딸린 아이들
새 이불로 단장한 침대는
해지기 전부터 뽀송뽀송 설레고
폭염에도 낮잠만 자던 에어컨은
진작부터 깨어 자연바람 자랑이다
항상 열려 있던 욕실 문은
마셔댄 술병만큼 자주 여닫히다가
끝내는 문 닫힌 성역으로 둔갑하고
몇 시간 내내
추억을 나누어 마시던
가족들 푸른 입
자정 넘어서 졸린 하품 베어 물다
살림 차려 놓은 방으로
제각각 들어가 문 닫는다
우리도 오랜만에
안방문 닫고 침대에 누우면
서운한 적도 삐친 일도 없었다는 듯
활짝 열리는 마음 문
얼마 전 장모님 생신 때 쓴 시입니다.
명절이 되니 생각나서 올렸습니다. ㅎㅎ
제가 작사 작곡하고 부른 노래 띄워드립니다. 들어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가을이라서 가을 노래라서 가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