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
3년 뒤
1999년 겨울, 마약사범 일당을 뒤쫓던 형사들이 불시에 올리브레커로 들이닥쳤다. 경찰은 마약사범 일당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가 3년 전 포텐샤에서 사라진 돈 가방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포텐샤 차주는 빠칭코 대표가 아니라 마약 조직원이었다. 수연이 전화했을 당시, 그들은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증거를 폐기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도피 중이던 조직원 한 명이 뒤늦게 붙잡히면서 행방이 묘연하던 돈 가방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돈 가방을 올리브레커에 숨겨두었다'고 자백했다. 어쩌면 올리브레커를 곤경에 빠트리려고 조직의 일원인 양 둘러댄 것인지도 몰랐다.
형사들은 곧바로 올리브 07에게 수갑을 채우고 거칠게 순찰차에 태웠다. 그는 경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돈 가방과 마약밀매 조직과의 연루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돈 가방을 돌려주고 나면 오히려 마약밀매조직의 일원으로 오해 받을까 봐 겁이 났다.
그러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결국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놓고 숨겨두었던 돈 가방을 돌려주었다. 다행히 그는 범죄 조직과의 연루 혐의를 벗고 풀려났다.
*
- 당신 말 듣기를 정말 잘했다. 그 돈 다 써버렸으면 어떡할 뻔했냐.
올리브 07이 수연을 바라보며 웃었다.
-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수연은 사무실에서 뛰노는 아들 금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금이의 걸음걸이는 아직 위태로웠다. 하지만 넘어질 듯 말 듯하면서도 곧잘 돌아다녔다.
- 피곤할 텐데 이제 금이 데리고 집에 들어가.
올리브 07은 여전히 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리브 07은 수연과의 결혼을 앞두고 레커차 여섯대 모두 입금제로 바꾸었다. 하지만 수연은 임신 중에도 또 출산 후에도 사무실에 출근하며 회사 일을 도왔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저녁이 되면 퇴근하는 것이었다. 대신 올리브 07이 사무실을 지켰다.
- 응, 조금 있다가. 오랜만에 당신 얼굴 보고 있으니까 일어나기 싫네.
수연이 올리브 07을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 금이가 벌써 세 살인데, 우리도 이제 아파트 하나 장만해야지?
금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올리브 07이 문득 수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레커회사를 인수할 당시 떠안은 빚은 거의 다 갚았다. 하지만 올리브 07과 수연은 여전히 작은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었다.
- 내년에, 회사 빚 다 정리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금이의 장난감이며 벗어놓은 옷가지를 가방에 챙겨 넣던 수연이 올리브 07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 당신은 너무 완벽주의자야. 남들처럼 살자. 대출도 받고. 그러면 아파트 정도는 마련할 수 있어. 내가 더 열심히 일할게.
- 또 빚지는 거 싫어.
수연은 애원하듯 속삭였다.
- 진 사범이 면회 왔을 때 아파트 하나 구해달라고 말해 놨어. 금이를 위해서야. 나는 빚을 조금 지더라도 금이를 그렇게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넓은 곳에서 살아야 기를 펴지.
올리브 07이 말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네, 올리브 레커입니다.
수연이 전화를 받았다.
- 무전해.
옆에서 통화하는 걸 엿듣고 있던 올리브 07이 수연의 귀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 어린이 회관 앞이야. 작년에도 거기서 사고 여러 번 났었는데.
수연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올리브 07을 바라봤다.
- 갔다 올게.
올리브 07이 나가기 전에 수연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오른손으로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돌아섰다.
- 왜? 어디 아파! 안 좋으면 좀 쉬어. 청원에 있는 올리브 05를 보낼게. 교도소서 나온 지 몇 시간 됐다고…….
수연은 올리브 07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덕분에 푹 쉬고 나왔는데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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