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숙제
25년 후
- 그날따라 유달리 신고 전화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너를 데리고 집으로 왔었다. 아버지가 들어가라고 성화를 부리기도 했지만 너를 재워야 했거든. 아무튼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풀려난 그날 밤 다시 수갑을 차고 끌려갔다. 마침 전에 인사를 건넨 적 있던 경찰이 근무 중이어서 금방 풀려나긴 했지만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내가 같이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괜찮다며 기어코 혼자 남아 사무실을 지켰다. 자신의 심장이 그렇게까지 망가졌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수연은 아들 금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되셨었군요.
금이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 마약밀매조직으로 오해를 받아 긴급 체포되었다. 경찰서 유치장에 열흘 정도 갇혀 있다가 검찰로 넘어가셨다. 교도소 미결수 사동에서 다시 열흘쯤 계시면서 조사를 받았는데, 검사가 돈 가방을 감춰둔 사연을 듣고 풀어줬다더구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좋은 검사를 만난 거지.
- .......
-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나온 그날 새벽, 서너 시 경쯤에 책상에 엎드린 채 돌아가셨다.
수연은 감회가 몰려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마흔도 채 되시기 전이잖아요, 어머니.
- 금아,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산, 아니 짐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어쨌든 아버지가 남긴 숙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 네가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너는 나보다 훨씬 현명하니까 말이다.
수연은 금이를 지긋한 눈길로 바라봤다. 남편 올리브 07이 남겨놓고 간 땅의 비밀을 언제까지 감출 수도 없었다.
- 어머니, 무슨 말씀을 더 하시려고 그러세요. 아직도 못다 하신 말씀이 있으세요?
금이가 조심스럽게 어머니 안색을 살폈다.
-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던 땅은, 아버지가 그 차에서 훔친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 포텐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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