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모리의 죽음
- 감독님, 벌써 나오셨어요.
밤새 어디 가서 술을 마셨는지 후줄근한 모습으로 돌아온 종필은 성 감독의 눈길을 피해 방으로 들어갔다.
- 오늘부터 풍전리에서 녹화인데…….
성 감독은 잔소리하려다 그만두고 녹화 일정표로 눈을 돌렸다.
- 감독님, 방에 시체가 있어요.
옷을 갈아입으러 방에 들어갔던 종필이가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뛰어나왔다.
- 야 인마, 시체는 무슨 시체야. 호들갑 떨지 말고 들어가서 깨워. 녹화장에 데리고 갈 거야.
성 감독은 어젯밤 늦게 공원에서 모리를 데리고 온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승용차에 모리를 태우고 달릴 때 숨이 턱까지 막혀 오는 긴장감으로 잠시 몸이 뻣뻣하게 굳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종필의 청바지와 티셔츠로 갈아입은 모리가 사무실 안쪽 욕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 감독은 자신의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리가 온몸으로 내뿜는 죽음의 냄새와 연민이 비누 냄새와 뒤섞여 선명하게 끼쳤다. 모리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무겁게 일렁이는 공기. 그것은 소리 없는 진혼곡이었다. 그는 세상에 없는 피사체를 마주한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
마치 깨끗이 닦아놓은 사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군. 그는 자신이 모리를 데려온 이유를 문득 깨달았다. 모리가 연기를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죽음을 완벽히 체현한 몸’이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분장사와 최고의 연출가가 모여서 무대, 조명, 음향과 같은 효과를 다 동원한다고 해도 저런 캐릭터는 만들어낼 수 없어. 누가 이처럼 죽음을 연기할 수 있지. 그저 숨이나 멈추고 죽은 척하는 게 다였잖아.
- 모리, 씻고 나니까 시원하지?
성 감독은 내면의 두려움을 감추려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내뱉었다.
- 으으으예.”
모리가 대답했다.
- 긴장할 거 없어. 모리.
성 감독은 마치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심 웃음이 나왔다.
- 으으으예.
- 이리 와서 앉아.
성 감독이 먼저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
-으으으예.
모리도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성 감독 맞은편에 앉았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고 푸르스름한 눈꺼풀은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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