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행하는 것뿐
남들에게 공표하는 것이 실천을 하기 위한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공표하는 것이 가져오는 힘은 강합니다. 특히, 저처럼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공표함과 동시에 그 말에 대한 책임감이 덜컥 생겨버리죠(아무도 책임 갖고 하라고 혼낸 적 없음). 브런치에 발을 들인 계기는 간단했어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나만의 것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서. 그렇지만 만일 제가 이 일에 대해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시작했다면? 아마 중간에 흐지부지 하고 말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퇴근 후 매일 1시간씩 글을 쓰기 위해 핸드폰 알림 설정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부터 이미 입을 가볍게 놀렸습니다. 난 한 방에 될 거다, 하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죠. 사실 10대 때부터 글 잘 쓴다는 칭찬을 종종 들어오긴 했었거든요. 교내 백일장이나 시 쓰기 대회에서 수상한 적도 더러 있었고요.
“저 브런치 작가 신청했어요. 승인 나게 되면,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
그리고 일주일 후...
결과는 Oh, 실패.
이 결과에 대해 주변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불 킥 100번 하느라 바빴음) 사실 이대로 조용히 묻히기를 바라는 얄팍한 속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저는 양심의 가책을 쉽게 느끼는 타입이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글 쓰는 게 즐거웠습니다. 웬만하면 글을 정기적으로 써보고, 기왕이면 UI가 예쁘고 가독성이 좋은 브런치에 기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 달 동안 “겨우 3개”의 글을 가까스로 쌓아두고, 2차 작가 신청을 합니다.
이때는 설레발 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한 몫을 한 탓인지, 가장 친한 친구 3명에게만 공표했습니다. 나 브런치 작가 신청했어. 채용 일 하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느낀 거에 대해 일기 쓰듯이 글 써보려고.
2차 신청 결과는 1차 신청 때보다 훨씬 빠르게 났습니다. 9월 23일 금요일 저녁에 신청했고, 9월 26일 월요일 오후에 발표가 났어요. 생각보다 빨리 작가로 선정되어 무슨 일이지, 싶었죠. 1차 신청 결과 나오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려서 사람 마음 졸이게 하더니!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또 한 번 가벼운 입, 아니 손가락을 놀렸습니다.
남편에게,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회사 동료들에게.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에는 링크드인에 떡-하니 브런치 글 링크를 걸어버리기까지.
"삐입- 빼박입니다."
공표 없이 스스로도 충분히 동기부여 할 수 있음을 알고, 몰래 적어 내려갈 때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압니다. (일기에는 별의 별 헛소리와 비문을 적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에 글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공표한 이유는 제가 은근한 관심종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책임감이 가미되었을 때 좀 더 긴 호흡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였어요.
좋은 글을 적을 때도 있고, 똥망이라서 발행 버튼을 누를 때까지 손을 벌벌 떨 수도 있습니다. 제 글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하면서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이 저만의 인사이트일 수도 있고, 너도 나도 모두가 느끼는 별것 아닌 기본 지식일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이미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공표를 했으며, 제 자신과도 약속을 했습니다. 매일 1시간 글 쓰고, 길든 짧든 개최고든 개똥망이든 글 1편씩 발행하기.
혼자만의 계획에서 그치기 보다, 주변 사람들에게(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공표할수록 그 다짐은 명료해지고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책임감은 그 다짐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한 윤활제가 되어주고요.
이제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달려보는 것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