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사회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한창 열풍이었다.
참가자들은 준비한 멋진 춤과 노래로 자신을 뽐냈다.
당시 나는 그들의 간절함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
훈련소 3주라는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서도 오디션이 개최된다.
군대는 개인별로 수행하는 주특기(임무)가 존재하는데
그 주특기 병사를 선발하는 과정이 흡사 오디션처럼 느껴졌다.
연습생들은 준비한 춤과 노래로 자신을 뽐낸다면
훈련병인 우리는 전공 학과와 자격증으로 자신을 뽐냈다.
모두 고되고 힘든 일이 아닌 안전하고 편한 임무를 맡고자 필사적이었다.
그 간절함은 터무니없는 취미나 겨우 한번 겪어본 경험이라도 자신 있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꿈꾸는 그들을 보며 난 그 간절함과는 무관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훈련소에서의 그 순간은 그들 못지않은 필사적인 절박함을 느끼게 되었다.
지독한 사회의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이곳에 왔지만
이곳 역시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오디션은 아이돌을 꿈꾸는 참가자들에게 치열한 경쟁의 장이듯
군대 보직 선발 또한 피 튀기는 오디션이자 경쟁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