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간다는 말이 무서울 만큼 14년차 직장생활에서 버는 것 보다 쓰는 것이 많다. 카드값, 대출금, 생활비를 담보로 한 달을 버티며 또 그렇게 열 두달을 보낸다. 지나 가는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모습에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잠긴다. 그때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꿈과 용기는 12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설레고 달콤했다.
하지만, 꿈에서 깬 현실은 매일 아침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학교에 갈 때면 “그래도,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은 시절이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딱딱한 의자와 씨름하며 시험날이라도 되면 1점 하나에 울고 웃었다.
지금은 시험보다 더 어려운 ‘어른 생활’에 조금씩 지쳐간다.
10대는 잘 먹고 잘 자야 키도 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데 어른은 어떻게 해야 잘 자랄 수 있는 것일까?
“라떼는 말이지”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었다.
지금의 아이들을 보면 유치원생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라떼는....’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자라온 시대가 다르니 생각도 다르겠지만 사실 어른과 나이는 별개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공감한다는 것은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겠지.
마음은 여전히 교복 입던 소녀 그대로인데 어느샌가 책임감과 의무감이라는 무게를 짊어진 어른이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꿈이라는 것이 없었던 사람처럼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익숙해져 갔고 현실에 쫒겨 살다보니 머리 속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막상, 주말이라도 되면 ‘쉼=잠자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요즘, 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이유도 없는 눈물은 왜 그렇게 서러운 것일까?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는 곧 나의 모습이었고 그런 내가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매일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10대의 성장처럼 어른에게도 성장하고 자라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직장으로 향하는 우리의 어른에게
“당신, 참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