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어쩌면 한 송이의 꽃처럼

by 이안정

삶이 꽃이면 나는 그 안의 피고 지는 계절이 되고 싶다.


‘벚꽃이 피는 걸 보니 어느새 봄이 왔구나’

‘이렇게 더운 걸 보니 이제 여름이구나’

‘아침 공기가 이렇게 맛있는 걸 보니 벌써 가을이구나’

‘이젠 두꺼운 외투가 필요한 겨울이구나’


사계절마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계절을 보내지만, 그 안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작년의 봄과 지금의 봄은 같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피는 꽃도 예쁘지만 지는 꽃도 참 예쁘다.


산다는 것도 어쩌면 저렇게 꽃처럼 아름답게 지는 과정이 아닐까?


내 마음 안에 슬픔, 상처, 분노가 가득할 때는

봄도 겨울처럼 추웠고

가을은 쓸쓸하기만 했다.


난 왜 이렇게 소심한 걸까?

남들은 저렇게 멋진데 나는 왜 이렇게 남의 눈치가 보이는 걸까?

어쩌면 나는 긍정의 틀 안에서 부정을 키워내고 있는 씨앗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해가는 세상처럼 나도 저렇게 빠르게 변화되고 싶은 것은 그저 마음뿐.


현실은 늘 느리게 흐르는 강물처럼 나의 등을 떠밀었다.


떨어져 있는 꽃잎들을 보면,

죽어있는 것일까? 살기 위해 잠시 지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든다.


‘살수록 단순하게, 단조롭게’

아무리 외쳐보지만 그저 혼잣말일 뿐.


또다시 복잡한 생각들은 나의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내 머리 속의 생각은 나의 것인데도 잘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타인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오만함인가.


누군가 나의 뒷말을 하기라도 하면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굳이 남을 비하하며 즐거워하는 것일까?' 싶다가도,

역시, 이해는 가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또한 어쩌면 나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였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착한 아이이고 싶은 그 마음이 나를 힘들게 했다.


가끔은 착하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는 왜 스스로에게 ‘착함’을 강요하게 되는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 착하게 보이기 위해 정작 자신에게 가장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질 때도 소리 없이 왔다가 간다.

피었다고 기뻐하지도

졌다고 슬퍼하지도

그저,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존재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산다는 것이 어쩌면 한 송이의 꽃처럼

피었다 지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피는 것에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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