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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정 Oct 29. 2023

내 서툰 감정이 성숙해지는 나이

서툰 사회생활만큼

서툰 내 감정이 성숙해지는 나이는 언제일까?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비극도 희극도 아닌 것 같다. 

    

20대 시절, 영화를 볼 때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만 봤다.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불안감이 싫었다.


30대 시절, 영화를 볼 때면 항상 비극으로 끝나는 것만 봤다.

삶은 해피엔딩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인지, 그때의 나는 비극을 보며 마치 ‘영화와 삶이 닮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음식에는 편식이 없는 내가 영화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편식’이 심했다.     


40대의 지금은 비극과 희극을 번갈아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한쪽으로만 향하던 것들이

양쪽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흔들리는 40대라는 중년의 배에 오르고 나서부터

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이따금 몰려오는 서툴렀던 감정들이

조금씩 파도와 바위에 깎이어 다듬어져 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영화에 비극과 희극이 존재하듯

삶에서도 비극과 희극이 있다.     


어느 쪽의 결말이 좋고 나쁜 지보다 중요한 것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과정보다 보이는 결말이 앞섰다.

하지만 점점, 과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설책을 읽어도 결말을 가장 마지막까지 아끼고 아껴 가며 읽었는데

이제는 과정도 그렇게 읽고 또 읽는다.          


가을밤의 달빛만큼 맛있는 이야기.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번잡스럽고복잡하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느리게, 천천히, 써 내려간다.        

            

섬세하면서도 까다롭지 않은 너그러운 나이

아마도 중년은 그런 나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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