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이게, 버튼을 한 번 누르고 두 번 누르고 그러면 꺼져야 하는데, 계속 불이 깜박거린다.
앞도, 뒤도 없이 그렇게 던진 말에 혼돈이 왔습니다.
무엇의 버튼을 누르는지, 어디에 있는 어떤 버튼이 껌뻑이는지는 말없이 소리만 전달되는 전화로 본인의 눈에 보이는 상황만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말이지요.
부모이고,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데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른 사람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 가습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품이고 저 또한 다루지 않은 물건이다 보니 결국은 내일 제가 가서 봐 드리기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어요.
종종, 아니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걸 탓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소통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기에 그렇다고 생각하지요.
소통.
내가 가진 생각과 정보를 상대와 주고받는 행위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고 살아가며, 잘 배우지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은 자주 싸웠습니다.
들어보면 항상 시작은 별 일이 아니에요. 정말 사소한 어떤 문제였지요.
말다툼의 시간이 길어지면, 결국에서 서로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언젠가 주고받는 그 말에 감정을 섞지 않고 들어보니, 서로가 듣고 싶은 말을 돌려서 표현하고 있었고,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둘러서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의미는 불명확한 언어로 전달되면서 잘못된 신호로 상대방에게 전달되었고, 결국은 자신의 언어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답답함에 싸움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역자로 이야기에 참여했고, 그렇게 잘못된 소통의 신호 전달은 생각보다 빨리 쉽게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의 경험으로 삶을 살아가며 형성된 표현의 방법과 수신의 기술이 쉽게 발전되거나 변하지는 않았지요. 맞습니다. 여전히 자주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곤 하지요.
생각해 보면 소통의 기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경우만 봐도, 제 생각을 여러분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 설득력 있고, 전달력 있게 표현하는 것도 소통의 한 방법이며 그것을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온라인 셀러가 되었어요. 교사로 일 하다가, 아버지께서 하시던 제조업을 이어서 하게 되었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리고 앞으로를 봤을 때 생산과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면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에 판로를 만들고 있지요.
자연스럽게 상품소개, 브랜드 안내 등등에 대한 방법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물론, 제조가 중심이기 때문에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아직 많이 취약하지만요.
아무튼, 계속해서 조금씩 고민하고 알아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품의 가격만 저렴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다양한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거든요. 그러니, 동일한 품질에 유통을 생략하여 훨씬 저렴한 가격이라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냉정하게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지요.
소통의 부족.
제가 표현하는 제 상품은 모두 생산자의 관점에서 소개되고 있었고, 소비자는 그런 심도 있는 부분까지 크게 깨닫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냈었고, 어떻게 보면 소통의 아이콘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는데, 비즈니스에 대한 소통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는 부모님과 소통이 참 어려워요. 이야기의 방향을 모르겠고, 이야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의견 충돌도 자주 일어나지요.
그런데, 오늘 부모님과 거래처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신기한 것을 발견했어요.
여전히, 제가 듣기에는 의도가 보이는 대화이지만 상대방은 그런 말을 자연스럽게 넘기면서 본인에게 맞게 이야기를 수용하고 있었지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대화에서 계약은 지속될 수 있었고요.
갑과 을의 관계는 아니에요. 서로가 필요에 의해서 계약을 하는 관계였거든요. 제가 신기하게 봤던 부분은 감정이 들어가지 않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서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부분이었지요.
이해하기 힘들다.
그게 저와 그분들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분들은 그 상황으로 대화를 판단하고 이끌어가지만, 저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를 제 의도에 맞춰서 가공해서 정보를 수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은, 과거의 경험에 영향을 받아서 지금의 상황을 왜곡하고 있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깨닫게 되었지요.
소통이라는 것은.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수용할 때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때문에, 상대의 언어를 제가 가공해서 제 의도에 맞게 수정하여 수용하는 것은 잘못된 소통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소통의 방법을 더 배워야겠어요.
제 것을 전달하는 방법, 기술, 그리고 상대를 온전히 수용하는 방법과 기술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