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이 필요하다.

매일 쓰기 16일차

by Inclass

집 인근에 한 끼에 4천 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어요.

메뉴는 간단해요.

칼국수, 비빔밥, 전, 촌두부, 막걸리, 등등.

쉽게 생각해서 등산을 가다가, 또는 산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가기 좋은 식당이지요.


모든 메뉴가 4천 원이에요.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저렴하지요.

음식의 맛도 나쁘지 않아요. 저는 보통 비빔밥을 먹는데, 적어도 다섯 종류의 나물과 두 종류의 반찬, 그리고 국물이 함께 나오지요.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보통은 개인 식사와 함께 먹을 전, 두부, 도토리묵 등을 시켜서 먹지요. 칼국수는 면을 삶아뒀다가 주문을 하면 면을 그릇에 담고, 뜨거운 국물을 담아서 손님에게 줘요. 전달하는 동안 면이 더 익어서 맛도 좋지요.


좋게 보면 저렴하지만, 어떻게 보면 크게 들은 게 없어요.

국수에는 국물과 면만 있어요. 파가 있거나, 호박이 있거나, 등등 야채는 보이지 않아요. 정말 면과 국물이지요. 부추전이나 파전의 경우는 조금 굵은 느낌의 식재료를 이용해서 전을 만들어요. 촌두부의 경우는 기본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 무침에 미리 만들어둔 촌두부에 칼집만 내서 바로 전달하지요. 도토리묵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손님이 많은 이유는 가격이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4천 원을 주고 그 이상의 고급진 음식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 가격만큼, 편하게 먹고, 부담 없이 먹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저품질의 음식이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고객의 마음과 판매자의 마음이 서로 맞으니까 손님이 많이 방문하지요.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하니 회전율이 높고, 음식의 신선도도 중상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 같아요.


판매자가 결정한 가격이 소비자를 설득하기에 충분했다고 볼 수 있지요.


집 근처에 종종 포장하는 돈가스집이 있어요.

4900원의 가격에 돈가스, 밥, 약간의 야채가 있지요. 엄청나게 저렴하지요?

그렇지만 저렴한 만큼 돈가스가 작아요. 그렇다고 맛이 나쁜 건 아니에요. 고기가 부드럽고, 촉촉하지요.


돈가스는 좋아하지만 성인만큼 못 먹거나, 식사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메뉴예요. 돈가스의 맛을 즐기면서, 요기를 때우기에 충분하고, 반찬을 남기거나 과식에 대한 염려가 없는 메뉴지요. 거기다가 고기의 품질이 좋으니 당연히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겠지요?


돈가스집에서는 큰 돈가스도 취급해요. 성인을 위한 메뉴로 말이지요. 매장 입장에서는 성인을 위해서 식재료를 준비하면서 작은 조각을 49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취급할 수 있으니 역시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설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건 정말 필요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구입하고 보면 그렇게 쓸 일이 없는 물건들, 내가 이걸 왜 산 거지?라고 반문하게 되는 물건들이 종종 있어요. 저도 최근에 집 정리를 하면서 그렇게 찾은 쓰레기가 50L 쓰레기봉투에 2개를 채웠어요. 당근에 저렴하게 올려도 아무도 구입하지 않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정말 필요했던 게 아닌데, 판매자들에게 설득을 당했던 것이더라고요.


그런 물건이 은연중에 많아요.


그냥 땅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해도 되는데, 푸시업바의 필요성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푸시업바가 있어야 팔 굽혀 펴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동네를 걸어도 유산소 운동이 가능한데, 마치 러닝머신이 없어서, 스탭퍼가 없어서 유산소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가진 것의 필요성을 그들의 관점에서 설득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판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득? 그게 어려운가?


때가 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하기 위해서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가족의 반대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은 절대 설득하기 어려워." 맞아요. 항상 가족의 반대와 마주하게 돼요. 그리고 보통은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바꿔서 생각하면 가족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설득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설득이 필요해요. 감정적인 동요를 바탕으로 억지로 동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설득 말이지요.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로 나그네의 겉옷을 벗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설득의 논리를 찾아보세요.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그 비용이 합당하다고 어떻게 설득되었나요? 더 이상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그것에 대해서 왜 그것에 설득당하지 않았나요? 이유를 모아봅시다. 그렇게 모인 이유가 어쩌면 나를 누군가에게 설득하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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