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풍경

매일 쓰기 13일차

by Inclass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

학교에 있던 시기에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서서 빠르면 저녁 9시, 늦으면 11시가 넘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평일을 보냈었다. 주말이 있으나 아침 7시면 스타벅스에 가서 수업준비, 평가 관련 잔업등으로 시간을 보냈으니 사실 쉬는 날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교사는 방학이 있다고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방학은 일의 마감이 촉박하지 않다 뿐이지 결코 쉼이라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부모님과 함께하는 제조업의 경우는 7일 중 6일을 일 하지만, 아이를 등교시키고 출근해서 아무리 늦어서 저녁 먹는 시간은 맞춰서 집에 오는 일정이니 불평불만을 하기에는 조금 배가 부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쉬는 날에는 보통 아이와 도서관을 다녀오거나 박람회등을 다니는데 최근 아이가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까지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였고, 학교 친구들과 그렇게 관계하는 모습을 잘 못 봐서 아이의 사회성을 염려했었는데, 2학년이 되더니 갑자기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기 시작하고 어느 날은 친구 집에 다녀오기도 했으며 오늘은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정말 아이의 성장과 변화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와 친구가 왔는데 그래도 나름 친절하고 다정한 아빠라곤 하지만, 혹여 아이들의 놀이에 불편함을 줄까 봐 이불 몇 개를 들고 동네 셀프 빨래방을 찾았다.


가끔, 잠은 오지 않고, 조용한 시간을 갖고프면 빨래방을 찾곤 했는데, 평일 오후에 찾은 건 처음이었다.


아무도 없는 빨래방.

그리고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배경으로 도로가에 지나가는 사람과 차를 구경한다. 집에서 내려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말이다.

길 건너 공원에 이제 막 피어오르는 꽃을 보며, 그리고 따뜻한 햇살을 보며, 세탁기가 일정하게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서 나도 모르게 멍하게 풍경을 보고 있다.


빨래하는 풍경.


내가 보는 풍경과 온도, 이곳의 향기를 온전히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것도 평온함을 느끼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말이다.


스마트 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하려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그 모습에 내가 느끼는 감각은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번의 사진 찍기와 동영상 촬영을 반복하다가 노골적인 표현이 오히려 상상의 여백을 가린다는 생각에 글을 이용해서 지금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아직 봄의 기운이 온전히 도착하지는 않은 바람의 온도. 그렇지만 따사로운 햇살과 쉬엄쉬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움직임.

지극히 평범한 하루가 이어질 수 있는 오늘에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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