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래온

어릴 적 나는 세상의 중심에 있는 듯했다.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실패 따윈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내 안의 확신은 점점 흔들렸다.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내 선택이 옳았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묻게 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후회와 아쉬움의 순간을 자주 마주한다. 어릴 적 가난했던 집, 부모님의 힘겨운 모습, 친구들 앞에서 숨기고 싶었던 현실. 나는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고, 어릴 적부터 철이 들었다.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게 부끄럽고, 내 사연을 감추기 바빴다. 엄마에게조차 마음을 털어놓지 못해 내 감정은 점점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 상처는 어른이 된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스물두 살, 전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남들보다 뒤쳐져있다는 생각, 불안정한 고용에 대한 두려움, 정규직이 되기 위한 희망고문.

매일 밤늦은 야근과 실적 압박 속에서 나는 자주 좌절했고, 대졸 동료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점점 움츠러들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어린 시절의 자신만만함읔 사라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나는 내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내 잘못이 아닐까 자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를 견디며, 나만의 흐름을 만들어갔다.

때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져도, 작은 성취와 일상의 반복 속에서 위안을 찾았다.


삶은 늘 선택의 연속이다.

때로는 선택이 내 기대와 어긋나 후회가 남고, 때로는 현명한 결정이라 믿었던 일이 아픔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성장이라는 건 단번에 이뤄지는 변화가 아니라, 실수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임을 이제는 안다.


나는 여전히 남들과 나를 비교한다.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나를 관대하게 바라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투성이여도, 내 선택을 내 결정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 삶의 주인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까지,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릴 적 상처와 불안, 성장통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믿게 된다. 오늘도 나는 나를 돌아본다.

내일은 오늘보다 한 뼘 더 단단해진 나로 살아가길 바라며, 오늘의 고민도 언젠가는 내 삶을 더 깊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그리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사랑하는 일, 어쩌면 그게 진짜 어른이 되는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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