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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Jun 30. 2023

16. 동생의 삶, 주눅 들지 않는 2인자

오톨이 동생 도톨이



  오늘은 우리 도톨이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우리 집 둘째 도톨이는 오톨이보다 1년 반정도 어린 친구로, 대체적으로 둘째들의 설움이 그렇듯 첫째가 혼자 있는 게 외로워 보여서 데려오게 된 고양이다.


  도톨이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처음 도톨이가 우리 집에 왔을 때, 오톨이는 세상 깜짝 놀라며(왜 놀란담 자기는 고양이 아닌 줄 알았나) 난생처음 하악질을 하며 (그때까지 나는 오톨이는 하악질 못 배운 앤 줄 알았다.) 털을 세우고 통통 튀어 다니며 위협을 했지만 도톨이는 손바닥만 한 아기인 주제에 오톨이의 위협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화내는 오톨이에게 뛰어가서 장난을 거는 용감무쌍함을 보였다. 

  처음에 나는 저러다가 오톨이가 도톨이를 물어 죽일까 봐 되게 겁이 났지만, 알고 보니 오톨이는 엄청난 쫄보여서 콩알만 한 아기고양이가 뛰어오는데 식겁하고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너... 넌 누구냐...  /  나 도톨이다!


  주둥이에 우유나 묻힌 주제에 몸집이 자기보다 10배는 큰 형아를 전혀 겁내지 않고 천방지축 뛰어노는 도톨이가 어이가 없었지만 너무 귀여웠다.


주둥이에 우유나 묻힌 하룻강아지


  어린 시절 도톨이는 정말 특출 나게 귀여웠다. 오톨이도 점점 마음을 열고 도톨이가 가까이 오는 걸 허락하기 시작했고 둘이 비좁은 캣타워에 굳이 같이 올라가 있거나 둘이 뒤엉켜 공이 되어 굴러다니며 장난 또는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며 역시 하나보다는 둘을 같이 키우는 게 맞는 거였다며 흐뭇한 마음이 되었다.


형아가 가는 곳은 어디든 간다! ( 오톨이는 귀찮아)


 도톨이가 힘조절을 못해서 좀 세게 때리거나 오톨이가 쉬고 있는데 눈치 없이 들이대다가 참 교육을 당하는 일도 있었지만, 둘 다 기본 심성이 착해서 큰 싸움이 일어나는 일 없이 잘 지냈다.


도톨이 참교육 당하는 중 (자세히 보면 눈 깔고 있음)


  둘 다 천상 고양이 성격이고 독립심이 강한 녀석들이라, 둘이 끌어안고 의지하며 누워서 잔다던지 하는 내가 꿈꾸던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서로를 서로의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인정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비좁지만 형아랑 같이 있을 거임 (오톨 : 너 좀 내려가라)




  그러나 도톨이는 엄마인 내가 또라이라고 인정하는 고양이로서, 엄청나게 활발하고 힘조절을 못하고 가만히 안겨있는 걸 죽도록 싫어하고 축구를 좋아하며 (월드컵 국가대표가 꿈인 듯) 장난감 낚싯대로 놀아주면 그야말로 미친 듯이 뛰다가 나중에 숨이 차서 더 이상 못 뛰는 지경이 되면 개처럼 혀를 내밀고 헥헥대면서 장난감한테 하악거리며 화를 내는 성격 있는 운동선수과 고양이이다.

  자기가 안겨 있는 걸 싫어하면서도, 오톨이가 엄마 품에 포옥 안겨서 쉬면 괜히 질투를 내면서 한 발짝 멀리에서 유심히 지켜보다가 아무래도 너무 샘나면 뛰어와서 오톨이 머리를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빡 때리고 도망가는 평화 파괴자. ㅡㅡ;;;


이거 내꺼임 (너무 놀아서 지친 와중에도 장난감에서 손을 놓지 않음)


  도톨이는 습관적으로 발톱으로 움켜쥐는 행동을 하는데, 오톨이랑 장난치다가 격해지면 발톱으로 오톨이를 할퀴는 바람에 오톨이가 여러 번 피를 보게 되었고, (오톨이는 발톱 크기는 도톨이보다 훨씬 크지만, 정말 웬만해서는 발톱을 세우지 않는 신사이다.) 나긋나긋한 성격의 오톨이가 쉬고 싶을 때 느닷없이 뛰어들어서 놀자고 건드리는 통에 오톨이는 도톨이가 근처에 지나갈 때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번은 둘이 대치하다가 도톨이가 선빵을 날렸는데 오톨이 눈 옆이 살짝 찢어지며 피가 튀어서 눈알이 다친 줄 알고 식겁한 적도 있었다.


  두 아이 모두 많이 예민하지 않고 겁쟁이인 데다 착한 성격이지만, 둘 다 수컷이어서인지 성격이 너무 달라서인지 서로를 보듬는다기 보다는 네가 내 집에 있는걸 내가 허락해 준다는 느낌이었는데, 오톨이가 아프고 나서는 사이가 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지인이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사이가 너무 나쁜데, 둘 다 개냥이라 엄마가 퇴근 후 집 문을 열고 들어오자 반갑다고 동시에 뛰어나오다가 둘이 부딪혀서 피 튀기게 싸운 적이 있다고 했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 나는 남의 얘기 듣듯이 웃어넘겼지만, 우리 집에 곧 닥칠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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