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가족 모두 달달한 늦잠을 잔다. 주섬 주섬 아점을 먹고 햇살이 드는 소파에 앉았다.
“곰곰아 커피 부탁해~”
“오케이!” 그나마 팔팔한 아들은 신나게 커피를 타러 갔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들은 이제 제법 맛있게 믹스 커피를 탈 수 있다. 인내의 열매는 달다. 먹을 수 있는 커피를 탈 수 있게 되기까지 내 혀는 오랜 기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아빠 내 커피 맛이 어때?” 아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보였다.
“좋아 아주!” 먹을만했다.
“아니! 내 커피 맛이 어떻냐고.”
“음 좋은데? 딱이야.”
“아니! 내~애 커피 마앗!”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빼꼼 뜨며 쳐다봤다.
‘아.. 이건.. 회사에서 많이 보던 표정인데..’
‘아하! 이거였군!’ 알아 들었다.
“음 뭐랄까.. 초코맛이 나는데? “
아들은 씨익 웃으며 돌아갔다. 얼굴에는 빼빼로를 먹은 흔적이 있었다.
나는 평소 아들이 만들어 온 커피맛이 별로일 때 환하게 웃으며 “음~ 곰곰이의 손맛이 느껴지는군”이라고 했다. 그 손맛의 해석은 각자의 몫.
방에 들어갔던 아들이 나와 말을 걸었다.
“아빠.”
“응.”
“저녁엔 치킨맛 커피를 만들어 줄게.”
“좋아!”
우리는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