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정할게요.]
엄마의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엄마!
증조외할머니라는 어려운 이름이 있지만
그냥 왕할머니~
왕할머니를 오랜만에 만났다.
왕할머니 나를 보시고는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영락없이 아빠 판박이네! 아빠랑..........~~~~~~"
여기까지만 들어도 속상했다.
'앵~ 나는 여자니까 엄마 닮았어야 하는데 큰 덩치에 눈이 작은 아빠 닮았다니'
왠지 눈물이 핑 돌고 속상해서 울었더니 친척들이 다 웃는다.
아빠가 나를 달래주셨다. 아빠 닮은 건 속상했다.
'왕할머니 미워~'
저번에 유치원 선생님도
나를 데리러 온 아빠를 보고는
"아빠랑 똑 닮았구나" 그러셔서 삐졌었다.
며칠 뒤에 엄마가 사진을 잔뜩 꺼내 앨범 정리를 하고 계셨다.
눈이 작고 한쪽 눈 아래 보조개가 있는 아가 때 아빠사진이었다.
'아빠도 이렇게 작았구나~'
요런 모자도 썼고, 요런 보행기도 탔었네~
그중 나는 아주 이상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엄마? 왜 아빠를 외할머니가 안고 있어? 이때부터 알았어?"
나의 질문에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사진은 너야. 우리 공주 아가일 때"
작은 눈에 한쪽 눈아래 보조개, 진한 눈썹과 작고 빨강 입술....
딱 봐도 아빠였는데...아빤 줄 알았는데...
진짜 나는 아빠 판박이였네!
그날 왕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영락없이 아빠 판박이네! 아빠랑 젓가락 한쌍처럼 똑 닮았네"
저녁에 아빠 손을 끌고
거울을 같이 들여다보며 내가 말했다.
"아빠랑 나랑 젓가락 한쌍처럼 정말 똑같다 그치?"
아빠가 내 볼을 손으로 감싸고 이마를 맞대며 웃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