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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레몬 Dec 11. 2024

아빠랑 나는 젓가락 한쌍~

[이제 인정할게요.]

엄마의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의 엄마!

증조외할머니라는 어려운 이름이 있지만

그냥 왕할머니~


왕할머니를 오랜만에 만났다.

왕할머니 나를 보시고는 미소 지으며 말씀하셨다.


"영락없이 아빠 판박이네! 아빠랑..........~~~~~~"


여기까지만 들어도 속상했다.

'앵~ 나는 여자니까 엄마 닮았어야 하는데 큰 덩치에 눈이 작은 아빠 닮았다니'

왠지 눈물이 핑 돌고 속상해서 울었더니 친척들이 다 웃는다.


아빠가 나를 달래주셨다. 아빠 닮은 건 속상했다.


'왕할머니 미워~'


저번에 유치원 선생님도

나를 데리러 온 아빠를 보고는

"아빠랑 똑 닮았구나" 그러셔서  삐졌었다.


며칠 뒤에 엄마가 사진을 잔뜩 꺼내 앨범 정리를 하고 계셨다.

눈이 작고 한쪽 눈 아래 보조개가 있는 아가 때 아빠사진이었다.

'아빠도 이렇게 작았구나~'

요런 모자도 썼고, 요런 보행기도 탔었네~

그중 나는 아주 이상한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엄마? 왜 아빠를 외할머니가 안고 있어? 이때부터 알았어?"

나의 질문에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사진은 너야. 우리 공주 아가일 때"


작은 눈에 한쪽 눈아래 보조개, 진한 눈썹과 작고 빨강 입술....

딱 봐도 아빠였는데...아빤 줄 알았는데...

진짜 나는 아빠 판박이였네!


그날 왕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영락없이 아빠 판박이네! 아빠랑 젓가락 한쌍처럼 똑 닮았네"


저녁에 아빠 손을 끌고

거울을 같이 들여다보며 내가 말했다.


"아빠랑 나랑 젓가락 한쌍처럼 정말 똑같다 그치?"

아빠가 내 볼을 손으로 감싸고 이마를 맞대며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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