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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Feb 02. 2023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서로에게 행운이 되어


마일리 뒤프렌 글, 테레사 아로요 코르코바도 그림, 『나무와 새』, 이슬아 옮김, 여유당, 2023년


표지를 보니

  한자리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나무, 철 따라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새. 둘은 이렇게나 다르다. 생각해보니 나무는 항상 그 자리 그대로 머물고 새는 하늘을 날며 이곳저곳을 비행한다. 머무는 삶과 떠도는 삶이랄까? 이런 나무와 새의 숙명을 뛰어넘은 만남과 아름다운 공존을 그린 책이라니 꼭 읽어보고 싶었다.



여기 이 장면

  어린나무가 살며시 땅 밖으로 나왔다. 처음 맞는 여름이다. 저 멀리 많은 나무가 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나무인가 보다. 나무는 자신에게 다가온 동물들을 붙잡고 싶어 한다. 함께 따라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단단히 자리 잡은 뿌리 때문에 한 걸음도 따라갈 수 없다. 따라가고 싶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옴짝달싹 못 하는 나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처음부터 나무는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러다 가을이 왔나 보다. 나무들이 황금빛으로 갈아입고 울긋불긋 물들었다. 물론 여전히 푸르른 나무도 있다. 어린나무도 키가 제법 자랐다. 가을과 함께 기다리던 제비가 돌아왔다. 새에게 무얼 보았는지 묻는다. 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나무는 꿈을 꾼다. 직접 볼 순 없지만 마음껏 상상해본다.

 

  어린나무는 다람쥐가 자기 몸에 둥지를 틀어도 다람쥐가 겁먹지 않도록 숨을 죽인다. 그러다 나무가 새하얀 옷을 입는 겨울이 찾아왔다. 나무는 다람쥐와 같은 꿈을 꾸듯 다람쥐의 숨을 느낀다. 이어 귀를 기울여 여러 동물의 소리를 듣고 또 느낀다. 나무는 지금까지의 모든 걸 함께 나누고 싶어 하지만 기다려도 제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다.      


  기다림 끝에 제비가 돌아왔다. 제비는 지금껏 자신이 본 것을 나무에 들려준다. 나무도 제비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다 봄이 찾아왔다. 새들이 날아와 가지 위에 쉬면 나무는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세상을 그린다. 나무는 움직여서 저 멀리까지 가보고 직접 볼 순 없지만 아쉬워하지 않는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움직일 수도 날 수도 없지만 여기서도 세상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이제 나무는 이곳이 바로 자신이 있을 곳이란 걸 안다. 이 말을 들은 제비도 나무의 가지에 앉아 머물며 수많은 생명의 속삭임에 함께 귀 기울인다.


(이미지 출처: YES 24)


책을 읽곤

“새는 날아오르고 나무는 머물러요. 수많은 생명이 꿈틀대는 숲이 소곤거려요.”

  

  숲에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한다. 이런 숲이 소곤거린다고 표현했다. 숲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책은 따뜻한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다. 나무가 머무는 곳이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변화를 맞은 나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드러난 책이다. 마치 나무와 새가 사람 같았다. 내가 나무가 되었다가 또 새가 되어보며 이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시적인 표현도 한몫했다. 저 멀리 나무들이 너울거린다. 높디높은 나무 꼭대기가 하늘과 춤을 춘다고 표현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춤을 추는 것도 같다. 눈송이를 작은 하늘 조각으로, 낙엽을 땅이 덮은 나뭇잎 이불로, 하늘을 커다란 흰 돛을 펼쳐 놓은 듯 새하얗다 표현했다. 이 책은 이런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였다. 따스한 햇살이 나무들을 어루만져 주듯 내 마음에도 따스한 햇살이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의 처음에 어린나무는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꿈을 꾼다. 이때 나무는 나도 날개가 있다면 하고 소망한다. 이에 새가 원한다면 자신이 세상에 대해 들려주겠다고 한다. 나무는 자신이 날아다니며 본 세상을 들려주겠다는 새에게 기뻐하며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했다.  


  책의 끝에는 새가 나무에 가지 위로 펼쳐진 별들의 경주와 자신이 없는 동안의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말한다. “꼭 듣고 싶어. 널 만난 건 정말 행운이야.” 둘은 서로에게 행운이 되어주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행운이 될 수 있을까? “너를 만난 건 행운이야.” 듣기만 해도 가슴 벅찬 말이다. 누군가에게 행운이 될 순 없더라도 자그마한 기쁨이라도 되고 싶다. 기꺼이. 기쁘게.


(이미지 출처: YES 24)


아이들과 이렇게

  아이들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일까? 나무는 우리에게 자연 그 자체다. 숲을 자주 보긴 어렵지만, 길거리에서 나무를 보고 있으면 숲에 들어가 빽빽한 나무에 둘러싸여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를 한 움큼 크게 들이마시고 싶다.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내 몸속으로 들여보내고 걸러진 공기는 몸 밖으로 시원하게 쭉 내쉬고 싶다. 이 책의 나무는 가지를 내어주어 제비가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하고 자기 몸통을 내어주어 동물들이 가려운 몸을 긁을 수 있도록 한다. 다람쥐가 제 몸에 둥지를 틀도록 보금자리를 내어주었다. 동물들이 겁먹지 않도록 숨을 죽이는 나무를 보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다. 아이들과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아이들과 이런 질문을 함께 나눠보고 싶다.


우리는 어디에서 나무를 볼 수 있나요?

나무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나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나요?

나는 나무와 새 중 무엇이 되고 싶나요? 어떤 점이 좋을까요?

내가 나무라면 어떤 꿈을 꿀까요? 어떤 꿈을 꾸고 싶나요?

내가 제비라면 나무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나요?

내가 제비라면 어떤 곳을 날아다니며 보고 싶나요?

     

  이 책의 주인공인 나무와 새는 참 다르다. 식물이지만 동물이다. 뿌리내리지만 날아오른다. 자리를 지키지만 자리를 옮긴다. 머무는 삶이지만 떠도는 삶이다. 새는 마음껏 날아오르며 세상을 아래에 두고 내려다볼 수 있지만 나무는 한자리에 계속 머물며 자리를 지킨다. 어쩜 이렇게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은 만남 아닐까? 우린 어쩌면 닮고 싶기도, 내가 되고 싶기도 한 존재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하고만 있을 순 없다. 서로 다른 삶이란 걸 받아들여야 한다. 


  계절이 지나며 나무는 몸도 마음도 자랐나 보다. 이제 자신이 있는 숲이란 세상을 온몸으로 보고 듣고 느끼며 깨달았다. 더 이상 새의 이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무도 새에게 들려주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생겼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지, 어떻게 존재해야 행복한지를 깨달은 나무를 통해 아이들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세상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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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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