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모두 꿈을 꿔요
표지부터 한 편의 작품 같았다. 책 제목의 예술가는 표지의 강아지일까? 그럼 이건 예술가 닥스훈트 니켈이 자신을 그린 그림일까? 이 그림책은 글과 그림 작가가 같았는데 예술가 니켈의 세상이 드러나는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래 예술가의 삶은 이렇지 하며 읽어 내려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는 닥스훈트, 니켈이에요.”라는 산뜻한 인사로 등장한 책의 주인공은 “미리 말하지만, 내 몸은 그다지 멋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 책장을 넘기면서 웃지 마세요.”라는 자조적인 말을 건넨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걱정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배가 바닥에 닿을 것만 같은 짧은 다리에 기다란 몸, 소시지처럼 생긴 작은 개, 닥스훈트 니켈을 이렇게 소개한다. 늠름한 대형 사냥개인 형들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훌륭한 운동선수이지만, 니켈은 운동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아 형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놀림거리가 될 뿐이다.
그럼, 니켈은 잘하는 게 없을까? 니켈은 만들기, 모으기, 색칠하기, 그리기를 하며 기쁨을 얻고 위로받는다. 니켈에게 예술은 하나뿐인 즐거움이었다. 처음에 주인아저씨와 아줌마는 니켈의 작품들을 낡고 지저분한 헌 양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내다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공원에서 예술가를 본 니켈은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열렬히 꿈꾼다. 얼룩덜룩 물감이 묻은 옷도 멋져 보이고 물감 냄새도 좋았다. 따라가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주인아저씨와 아줌마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아무도 모르게 집을 빠져나간다. 4단계에 걸친 계획에 걸쳐 탈출해 오로지 자기 코를 믿고 물감 냄새를 따라 예술가의 집에 도착한다.
아무 말도 필요 없는 그곳에서 환영받으며 니켈은 예술가의 꿈을 마음껏 펼친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 나가다 얼마 못 가 주인아저씨와 아줌마에게 들킨다. 그런데 주인아저씨와 아줌마도 니켈이 이것저것 모아들여 집 안을 어지럽힌다고 오해한 것일 뿐 이제 니켈을 훌륭한 예술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니켈은 이제 낮에도 숨지 않고 당당하게 예술가의 삶을 살아간다. 눈물과 한숨뿐이었던 삶에서 자신을 인정받은 이후, 니켈은 참 멋지고 행복해 보인다. 니켈이 공원에서 예술가 무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니켈의 미래는 바뀌었을까? 아마 니켈은 자신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답답한 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주인아저씨와 아줌마가 결국 니켈의 예술성을 인정해주고 자랑스러워한 것처럼 누군가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마지막 니켈처럼 행복하지 않을까?
“넌 분명 다르지만, 특별한 우리의 니켈이야.”
처음에 형들의 비웃음만 사고 달리지도 못하고 그냥 굴러다닌다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함께 어울리지 못하던 니켈은 떨어진 자신감만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형제와의 비교 때문에 그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같다. 왜 비교해요? 우리는 모두 다른데. 니켈도 좋아하는 게, 잘하는 게 있다고요! 니켈은 당당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을 하며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꿈을 결국 이뤄낸다. 열정적인 예술가 니켈을 보며 역시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 싶다. 형들의 그늘에서 사는 동생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고 꿈을 향해 용감히 나아가는 꿈꾸는 이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여러모로 교훈이 많은 책이었다. 니켈처럼 아이들에게도 잘 맞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니켈은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었지만, 뒤에 자신과 잘 맞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예술가 친구들을 만난다. 아이들에게 친구는 참 큰 의미인 것 같다. 새 학기에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1년이 끝나갈 때쯤에는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 가득이니 말이다. 이건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는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 나와 꼭 맞는 사람도 꼭 있다고.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라고. 또 이 모든 관계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지붕에 비친 달그림자, 가을의 빛깔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는 거예요.”
니켈의 비밀 정원은 만들기, 모으기, 색칠하기, 그리기, 진흙 빚기였다. 예술을 사랑하는 닥스훈트의 비밀 정원을 보고 있으니 나의 비밀 정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니켈을 통해 독자에게 묻는 것 같다. 당신만의 비밀 정원이 있나요? 나만의 비밀 정원이 있다면 힘들어도 숨 쉴 구멍 하나 있는 기분 아닐까? 나는 내 비밀 정원이 있을까? 뚜렷하게 좋아하는 게 없는 것 같다가도 분명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럼,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 그리고 그 공간을 하나씩 마련하면 언제나 쉬었다 갈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걸 떠올려보자. 무엇이 너를 가슴 뛰게 하니? 아이들에게 자신의 힘과 재능을 믿고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자. 니켈처럼 모두 생김새도 다르고, 가진 능력도 다르지만 달라서 싫은 게 아니라 달라서 더 좋다. 그렇게 나만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세상이 다채로움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예술을 사랑하는 닥스훈트 니켈은 다르지만 특별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나만의 특별함을 잊지 않고 꿈을 향한 모험을 즐겁게 경주했으면 한다. 이 책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을 힘껏 응원하고 싶다.
#서평단 #그림책
글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