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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n Jul 20. 2024

우리 좋게 좋게 끝내요_2

4년차 직장인의 해고일지


사실 본채용을 하지 않을 같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부터

나는 여러 채널을 통해 노무사에게 상담을 받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회사에 남아있던 그 일주일에는 무려 1주만에 노무사 5명과 연락을 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노동자지원센터, 네이버 엑스퍼트, 카페, 오픈 채팅 등..


그런데 이렇게 5명과 비대면으로 연락을 하고 상담을 받다보니,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내가 생각했던 건, 

'정답이 있고 정답으로 향하기 위해 해결사들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였는데 노무사 5명의 의견이 모두 달랐다.

어떤 사람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안될거다, 혼자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청을 2주 후에 바로 넣어야 한다, 1달 후에 넣어야 한다, 2달은 기다렸다가 해도 된다..


고민하던 나는 퇴사를 2일 앞두고 제일 많이 상담했던 노무사에게 전화로 사건 수임을 맡기고 싶다고 했고,

예약금 일부를 이체했다.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자료를 주고 받았다.

대화를 주고 받는데, 뭔가 불안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내가 수임을 맡긴 노무사는

내가 들어가 있는 모든 해고 관련 오픈 채팅 방과 카페, 블로그 등.. 많은 곳에서 조언을 주는 분이었다.


그 분이 실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물론 어떤 노무사도 내 사건 하나에만 집중해줄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너무 많은 곳에서 활동하며 내게 답변이 늦는 게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나에게는 불편했다.


수임을 의뢰한 후에도 나는 내가 상담받았던 노무사분들 중에서 다시 한번 추려보기로 했다.

집 근처에 대면상담을 진행했던 노무법인이 있었는데 

나는 그 곳에 연락하여 다시 한번 상담을 받았고 기존 사건 의뢰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취소하기로 마음 먹었다.


너무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내 마음 편한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도 돈이고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내 마음이 갈 수록 불편하면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내가 계약금을 넣었다가 취소한 분은 서류 검토 비용만 받고 절반 정도의 계약금을 돌려 받았다.






그리하여 내가 노무사를 선택한 기준

1. '사측'보다 '노동자'를 기준으로 사건을 바라보는가

2. 돈만 쫓는 것이 아닌 진정한 '권리'를 위해 사건을 진행해주는가.


물론 한번에 보고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이 조건에 맞는 노무법인을 수임할 수 있었다.

이 분은 내가 간 곳은 아니지만 서울시 노동지원센터에서 자문을 진행하고 계셨고

다양한 노동조합의 자문을 도와주고 계셨으며

무엇보다 내가 해고를 당하기 전 진실하게 말씀해주신 분이었다.



해고통지서를 받지 않으면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노동자가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저희가 필요하지 않으실 겁니다.
대신 문서 작성 시 시간 당 비용을 내고 자문을 받으시는 게 더 좋으실 듯 합니다.



이 말에 나는 노무사님을 선택했다.

금전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라는 것도 말씀드렸더니 착수금과 성공보수도 정말 저렴히 도와주셨다.


노무법인을 선택할 때는.. 다른 것도 물론 정말 중요하지만

이 분이 '노동자'의 편에 서있던 경우가 더 많은지가 중요한 것 같다.


만약 내 글을 보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노무법인에게 맡길 계획이라면,

믿을만한 이력과 '노동자'편에서 고민해줄 수 있는 분인지 반드시 확인했으면 한다.

물론 다급하고 불안하니 빠르게 하고싶겠지만

처음의 나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편이 그래도 좋으니까.





노무사를 수임하고 나서 사건이 종료되기 전까지 나는 총 2번 더 대면으로 노무사와 대면했고

전화와 카톡은 정말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나는 생각보다 어찌보면 어려운 케이스였다.

1. 임금체불이나 기타 노동법을 위반한 케이스가 엮여있지 않았고

2. 하루만에 구두로 통보하거나 소위 '진짜' 악덕 사업주는 아니었고 (내가 해고당한 첫 케이스)

3. 스타트업


잠깐 물어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요새 임금체불이 엄청 많다고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 사장이 임금 체불 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리고 구두, 문자, 카톡으로 통보 받는 경우도 있고 사실 다른 악덕 사업주에 비하면 내 사업주는 완전 악덕은 아니었다.


나에게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스타트업'이라는 거였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다가 노무사님이 되신 케이스는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간 곳은 없었다.

내 과거 회사는 영어 이름을 썼고, 직급이 없었으며, 직무가 소위 요즘 스타트업처럼 영어였다.

그래서 영어 이름으로 설명을 하면서 동시에 한글 이름을 알려드려야 했고

각 인원이 어떤 직무이며, 이 직무가 원래 무엇을 하는 직무인지에 관해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라는게, 같은 직무명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무들을 함께 겸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걸 설명하고 이해시켜드리는 게 좀 힘들었던 거 같다.


내가 준비하며 내 업무에 관한 자료 및 녹취록은 구글 드라이브로 업로드해서 아에 공유를 해드렸다.

중간 중간 빠진 자료에 대해 요청해주셨고, 있는 자료는 계속 업로드하며 소통 했는데 메일로 공유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노무사님이 수정도 할 수 있어 편했다.


나는 바로 수임을 맡겼지만 자료를 검토하고, 이유서를 작성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우선 자료를 검토하며 노무사님이 내 입장을 완벽히 이해해야했고, 이해하신 후에는 내 의견을 물어보시며

이걸 금전보상으로 받고 마무리할 것인지, 지금까지의 임금상당액 + 원직복직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사실 처음엔 그냥 금전보상으로 마무리하고 끝내고 싶었지만, 빠르게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고

대표를 제외한 인원들과는 트러블이 없었고, 이직이 너무 어려워 이유서를 1차로 받고 나서 수정을 요청했다.

현재까지의 임금상당액과 원직복직으로.


- 잠시 살펴보는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

1. 해고 이후 3개월 이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다. (나의 경우 노무사가 대리인)    ㄴ 이때, 본인은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하지만 대리인의 경우 우편 혹은 방문으로 접수만 가능.
2. 신청이 접수되고 조사관이 배정된다.
3. 조사관이 사측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되었음을 알리고, 답변서 제출을 요청한다.
  ㄴ 답변서 제출 기한은 정해진 건 없지만 2~3주 내 오지 않으면 노동자 측 혹은 조사관 측에서 확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4. 답변서가 오면 노동자 측에서 이유서를 제출, 사측에서는 답변서를 제출.
5. 신청일로부터 2달 후 판정 회의가 잡히고, 결과는 당일 오후 통보.


이유서를 작성하고 노무사님이 등기를 통해 지노위(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를 했고, 수요일에 접수한 게 나의 경우 그 다음주 월요일에 들어가 접수가 되었다. 

사건번호가 나오고, 사측에 전달이 되었다는 걸 노동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측에서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느정도 대표의 성향을 아는 나는 빠르게 합의 요청이 올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답변서를 작성하는 건가? 노무사를 선임해서 대응을 준비하나..? 회사 사람들을 포섭해서 거짓으로 진술서를 쓰게 하나?(실제로 이런 악덕 사업주의 경우가 많다고 한다..ㅎ)

별 생각을 다했는데, 10일 후에 연락이 왔다. 합의 하자고.


그 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첫번째 합의 조건은 3개월치 임금 상당액 + 원직복직 or 4개월치 금전보상 중에 고르라고 했다. 

사실 주변에서 모두 4개월치를 그냥 받고 치워버리라고 했고.. 나도 그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원직복직을 한다고는 했지만 가도 불편할 게 뻔했고, 껄끄럽고 싶지 않았다.


딱 한사람, 내 애인만 원직복직을 추천했다.

가장 가까이서 매일 지켜보며 쉬는 날 하루 없이 알바하고, 집에 와 밥만 먹고 배달하고 주말에도 배달하고..

무엇보다 이력서를 계속 넣어도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취직이 정말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차피 3개월치의 임금상당액은 보장이 되고, 복직해서 1달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 때 퇴사해도 4개월치의 금전은 얻을 수 있고 버틸 수 있으면 더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고 경력도 채울 수 있으니까.


모두가 그냥 치워버리라고 했지만 3년 간 애인의 가스라이팅(?)을 받아온 나는 원직복직을 택했다.

월요일에 노무사에게 의견을 전했고, 조사관과 통화 후 합의일 관련하여 다시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굉장히 의외인 소식을 들었다.


사측에서도 노무사를 선임해서 사건을 진행하고 있고,

합의 조건을 변경하여 다시 결정해달라고 했다고. 조건은 꽤나 파격적이었다.

기존의 3개월치 임금 + 원직복직 or 6개월치 금전보상

6개월치의 금전보상이면, 사실 판정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건.. 그들은 판정에서 질 가능성이 크기에 이 정도의 금전보상을 제안했으며

그 정도의 보상을 하면서까지 날 굳이 보고싶지는 않다는 것.


애인도 이 의견에 동의했고, 하루 뒤 6개월 금전보상으로 마무리하기로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에 합의를 위해 지노위에서 보기로 했으며, 노무사님도 대동하기로.

+ 6개월치의 금전보상이기는 하지만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잡혀 22%의 세금을 떼고 실지급 함.




수요일에 알바를 마치고 바로 지노위로 갔다. 

문래역 근처에 있었는데, 아파트 사이에 뜬금없이 위치해있어 읭? 했다.

조금 빠르게 노무사님을 만나 그 간 서로 너무 수고했고 고생했다고 서로 다독였다.


사실.. 내가 노무사님을 선임할 때, 나는 해당 노무법인의 대표 남자 노무사님을 보고 선택했다.

그런데 정작 내 사건을 맡아주신 분은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 노무사님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의아했고, 잘 하실 수 있을까? 라고 잠시 불안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 다행이었다.


나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확실히 내 나이 또래는 맞았고, 

노무사가 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수습으로 일하고 계신 분이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수습이기에 수습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있고, 

내 나이 또래기에 대표 연령대와의 세대 갈등과 같은 것들을 너무 잘 이해해주셨다. 

대표 남자 노무사님의 경우 사실 사측의 대표와 비슷한 나이 또래라

어쩔 수 없이 문득문득 대표와 비슷한 말을 혼잣말로 하시는 게 

불안한 나에게는 더 불안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말을 나누다가 시간이 다 되어 지노위로 갔고, 

조사관이 있는 곳 앞에서 노무사님이 조사관에게 전화를 거셨다.

10분 정도 빨리 갔었는데, 사측이 아직 오지 않았다며 1층에서 기다리라고 

사측이 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하셔서 '아, 노동자와 안 부딪히게 배려해주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크나큰 오해였다.


1층에 앉아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무심결에 일어나 인사를 하니 사측 노무사와 경영지원팀 팀장님이셨다.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불편했지만 함께 그 좁은 엘베를 타고 올라갔다.

합의는 서로 마주치지 않은 채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조사관 앞에 네명이 쭉- 앉아 화해조서(합의서)를 작성했다.


서류는 대충 실 지급액이 얼마이고,

노동자(나)는 앞으로 이 건에 관해 민, 형사상의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

놀랍게도(?) 사측은 합의일로부터 이틀 후인 금요일까지 합의액을 지급하겠다고 했고

나는 오히려 땡큐였다. 이사며 지금까지 밀려있던 돈들이 나갈 게 많았기 때문에.


1층으로 내려와 지급액 영수증과 작성한 화해조서 복사본을 받아

집에 돌아왔다. 밤부터 긴장이 풀렸는지 다음날까지 몸살처럼 몸이 정말 아팠다.


금요일 오전, 알바 출근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데 합의금이 입금되었고

그렇게 좋게 좋게 끝내요,는 마무리 되었다.




이 내용의 글로 나는 브런치의 작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과정을 계속해서 작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알바에, 배달에, 애인의 갑작스런 건강문제로 인한 수술 준비, 더 갑작스레 준비된 우리집의 이사 문제, 취직 준비를 위한 자소서 작성과 같은 자잘한 일로 모든 일이 종료되고 나서야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든 노동자 그리고 청년들이 정당한 노동의 권리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2024년 7월 20일 오후 9시 54분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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