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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n Jul 26. 2024

아웃팅, 그리고 왕따

혼돈의 사춘기

아웃팅, 그리고 왕따.


학교가 정해지고, 인생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노는 시기가 왔다. 중학교 3학년은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놀기 시작하는데 내 생에 그렇게 맘껏 놀 수 있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놀이공원에 전교생을 데려가기도 하고 반별로 어디 놀러가고.. 그냥 영화보고.. 교과서를 피는 날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졸업여행이 있다. 어디로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버스를 타고 다함께 갔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제 풀어놓을 이야기가 너무 강력해서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다니던 친구 2명은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보통은 그렇게 4명이서 어디든 함께 다녔는데, 졸업을 앞두고 2학기 들어서 내 여자친구는 손00 라는 친구와 부쩍 친해져 함께 놀러다니곤 했다.

주로 함께 노래방에 갔고, 내가 학원에 가있는 동안 그 친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 여자친구는 그 손 모 친구에게 우리 사이를 말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나는 극구 반대를 했었다. 손 모 친구는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이었는데 소위 일진들의 뒤를 봐주며 입이 굉장히 가벼운.. 그런 친구였다는 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알지만, 그 친구에게만큼은 이야기 하지 않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냥 말을 하고 왔다고 이야기 했고, 이미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었다.


딱 이런 상황에서 졸업 여행을 가게 되었다.


버스에서 우리 둘은 당연히 같이 앉았고,  자는 방을 정해야 했는데 원래 같이 다니던 2명의 친구까지해서 함께 잘 수 있는 방이 없었는데 마침 손모 친구의 무리(?) 방의 정원이 2명이 남았고, 나와 내 여자친구는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여러 활동을 하고, 밤이 되었다. 으레 그렇듯 조교들은 자라고 소리를 지르고, 건물은 복도식 아파트처럼 되어 있어 방 문이 열리면 조교가 어딜 이동하냐며 소리를 질렀다.


나를 제외한 우리 방 친구들은 모두 신나있었다. 나는 손모 친구를 애초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그 친구 무리 아이들을 다 별로 안좋아했으니..  먼저 자겠다고 누웠고, 나를 제외한 그 손모 무리의 친구들, 내 여자친구는 떠들고 신났다. 너무 시끄럽고 피곤하니 머리가 아팠고 말없이 짜증내며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갔다. 교관이 소리를 질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교관실로 내려가 머리가 아프다고 약을 받아 방으로 돌아왔다.


가장 먼저 여자친구가 왜 그러냐며 걱정스럽게 날 살폈고, 결국 우리 둘은 방과 거리가 좀 떨어진 부엌과 같은 좁은 곳에서 둘이 이불을 펴고 잠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지만 다들 우리를 흘끗보고 귓속말을 하기 바빴고 우리는 왜저러지? 하며 지나갔다. 둘이 붙어다닐 때부터 사귀냐는 말은 장난스레 친구들이 해왔었기에. 우리와 친한 그 친구들이 문자로 알려왔다.


너희 둘 사귀는 거, 손모 친구가 무리들에게 알렸고, 그 사실이 전교에 이미 다 소문난 거 같아


그 뒤의 학교 생활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같이 다녀도, 혼자 다녀도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것 같았고 실제로 쳐다보며 손가락질하고 웃거나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머리가 짧고 전교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는 아이였기에 원래도 그랬지만 상황과 느낌이 달랐다.


우리의 데이트 장소였던 방송실은 나의 도피처가 되었고 여자친구는 버려둔 채 혼자 방송실에서 컴퓨터를 하며 도망쳤다. 그렇게 하루하루 고역이던 여느날과 다를 바 없이 나는 방송실에서 컴퓨터로 웹툰을 보고 있었는데 방송실 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머리가 엉망이 된 여자친구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데??????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3초간 눈만 꿈뻑이며 쳐다보고 있는데 잘 울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엄청나게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울음을 진정 시키고 들었던 스토리는 이랬다.


여자친구가 다른 친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손모놈(친구라고 하기도 싫다)의 무리 중 한명인 박모놈이 나와 내 여자친구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며, 더럽다고 했단다. 그 이야기에 완전 꼭지가 돌아버린 내 여자친구는 박모놈에게 가 뭐라고 했냐고 물었고 박모놈은 내가 틀린말을 했냐며 말싸움을 하다가 내 여자친구가 화를 못이기고 박모놈의 뺨을 쳤다. 그 때부터 머리채를 잡고 싸움이 났고.. 주변 아이들이 말려 싸움은 끝났지만

내 여자친구는 내가 있는 곳으로 왔던거였다.


지금 글을 쓰며 돌아보니.. 서러웠을 것 같다. 나는 성격 상 싫은 소리, 못된 소리 못하는 소위 착한아이 컴플렉스가 심했고 욕 먹는 게 무서워 뒤로 숨는 아이였다. 내 여자친구는 혼자 그 모든 말들과 행동에 방패막처럼 굳건히 서있었고 나는 그 아이와 함께 해주지 못했다. 어쩌면 이 순간부터 그 아이는 나에 대한 마음이 식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한차례 사건이 지나가고.. 어찌저찌 손모놈과 내 여자친구는 화해 아닌 화해를 했다.

졸업식에서는 같이 앉기도 했고.. 그렇게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만나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연락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인문계였기에 야자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밤이 늦은 시간이었고 전문계를 다니기에 비교적 빨리 마치고 집이 가까웠던 그 친구는.. 시간이 나에 비해 넉넉했기에.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그 아이가 헤어지자고 했던 것 같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아이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남자친구는 나를 만날 때 고백을 했던 아이였다. 얼마가지 않아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는데 우리가 함께 찼던 커플 시계를 남자친구와 함께 차고 있는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린 걸 보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오랜만에 꺼내놓는 이야기이지만 심장이 빨리 뛰고 잠시 멈췄다가 쓰길 반복했다. 나는 그저 사랑을 했지만 그게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왕따를 당해야 했고 어찌보면 엄청난 폭력이었다. 왕따를 시킬 때 이유는 없다. 그저 본인들과 조금만 다르면, 아니 다르지 않아도 다르다는 이유를 만들어 하는 것이 더 많겠지.


나는 각종 인권에 관심이 많고 어디에 나서거나 드러내진 않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살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겪었던 것을 그 누구도 겪지 않길 바라기에 작지만 힘을 보태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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