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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Jun 17. 2023

현실적인 이유는 어디까지 먹히나

불행을 끊는 선택을 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

나: 친구가 힘든 시간을 겪고 있어서 마음이 안 좋아.


너: 네가 지난번 말한 것처럼.. 왔다 가는 고통이야, 아니면 꾸준히 남을 고통이야?


나: 파트너와의 이슈니까 아마도 오래갈 듯.


너: 지난번 네가 네 남편 친구들의 이혼 사례(?)를 얘기해 줬잖아. 생각이 많아지더라.


나: 어떤?


너: 우리는 담보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함께 지내는 선택'만' 하잖아, 지금 당장 불행한데 말이야. 그게.. 분명 서로 같이 있는 상황이 불행하다는 걸 너무 알고 있는데 바꾸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버려질까 봐 상대를 위협하면서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면서 말이야.


나: 그래, 그렇지. 분명 나의 불행의 이유를 알고 있는데도 벗어나질 못하지, '현실적인 이유'로.


너: 그때 네가 말한 그 친구들은 불행을 멈추려고 시도한 것 같았어. 그 불행을 멈추면 행복해질 게 뻔해서 한 선택이라기보다.


나: 맞아. 그리고 그들은.. 과거의 선택이 최선은 아니었다는 걸 인정해. 보니까 둘이 있을 때 그 불행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상대를 '악당'으로 놓지 않아. 물론, 누군가는 그러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너: 나의 한 친구도 결혼 생활에 힘들어하는데 자기가 그때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걸 절대 뒤집을 생각이 없더라. 그리고 현실적인 이유라는 게 아이와 경제상황일 텐데, 그게 전지전능한 이유가 되는 게 좀 숨 막혀. 


나: 불행을 선택하는 나는 이제 누구의 인생을 살아, 자식의 인생? 나의 1인분 인생은 더 이상 없고 자식의 인생을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도 없고 이제 나는 쩜오야 뭐야. 나도 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그걸 먼저 생각하겠지만 그 상황이 지속되고 상대가 그 '현실적인 이유'로 나를 위협한다면? 숨도 막히고 코도 막힌다.


너: 친구가 자기의 이런 상황을 나에게 얘기해서 넘 맘이 쓰여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어. 그랬더니 고맙다며, 가끔 이렇게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는 거야. 그거로도 자기는 속이 조금이라도 풀린다고..


나: 아이고. 실체적인 위협이 눈앞에 있는데 속을 푼다라.. 우리가 당장 그 링 위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겠지만 너무 마음이 복잡하겠다.


너: 사이렌 봤냐? 야 진짜 강해지자 우리.


나: ㅎㅎㅎㅎ 안 봤지만 강해지자는 말에는 완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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