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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Aug 13. 2023

얼마나 큰 에너지부터 재미, 입니까

내가 큰 거 바래? 그냥 좀 재밌자는 거 아냐-

너: 끊임없이 내가 얘기하는 거..


나: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너: 그래그래, 재밌자 다들 좀 재밌자 바로 그거. 한창 새로운 걸로 매 주말을 꽉꽉 채우면서 강박적으로 재미에 집착했었잖아? 지금은 쪼꼼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버릴 수 없다!!


나: 기억나지, 야 그땐 나도 주말을 약속 스터디 동호회 등등 꽉꽉 채웠어. 평일이 좀 불안했던 거 같아. 불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하고..?


너: 그때는 팍 터지는 긍정적인 에너지, 손뼉 치면서 웃거나 아니면 감동으로 벅차거나 그런 거, 그럴싸한 걸 성취해 내는 게 재미라고 생각했어. 


나: 아, 나도 나도. 그 괴리감이란.. 다들 신난 모습 안에 도무지 내가 포함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거야. 재밌으려고 노력할수록 나란 녀석 더 삐걱대고 어색해지더라? 모.


너: 나도 그래서 아마 불만이었겠지. 어느 날은.. 나만 이런 고민 하나 싶고 나 빼고 다들 무슨 재미있는 거 하고 노나 싶더라.


나: 사람들이랑 연결하려는 갈망이 큰데 누구랑 어떻게 연결되고 싶은지 솔직히 모르겠어. 나는 무슨 포스트 쓸 때마다 이 말을..!


너: 한창 '살롱'이라는 공간이 유행할 때 딱 내가 찾는 거다! 싶더라? 그래서 검색해 봤더니 다 너무 20대 초반 여럿이 밝고 크게 웃는 사진들이 걸려있는 거야.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가 이런 거구나 싶어서 눈치 없이 이 나이에..? 하다 못 갔어 결국!


나: 억울하네 진짜. 그 사진 없이 공간에 대한 설명만 넣었어도 충분했을 텐데 너를 잃다니 손해가 막심해.


너: 여전히 살롱 고파. 네가 몇 번 공원, 물리적 스킨십 이런 거 언급할 때마다 나 역시 그런 부분을 그리워한다는 걸 확인했는데 머릿속에서 살롱이란 단어가 떠오르더라고, 가본 적도 없으면서!


나: 공간이 조곤조곤 작은 목소리들로 북적북적했으면 좋겠어, 빵 터지는 웃음보다.


너:... 술자리 게임 왜 떠오르냐, 진짜 지겹게 했지. 그건 재미보다 흥을 돋워서 술을 소비하는 용도 아니냐고!


나: 모르는 사람들이랑 모이는 자리가 생겼을 때, 솔직히 어색하기만 하고 할 얘기도 없고 어쩌다 얘기를 한 들 재미가 하나도 없거든. 나는 그렇게 재미를 못 찾는데 남편은 좋은 시간 보냈다, 그래.


너: 그래, 네가 몇 번 말했지.


나: 이번에 너와 얘기하면서 나 역시 내가 도달하지 않는 쩌 멀리 어딘가에 재미의 역치를 세팅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들이 서로를 초대하고 모이고 그러는 거 보면 그런 게 필요하고 다른 관점의 재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야. 지금 나의 재미 스펙트럼 안에는 없는.. 나 왜 그거 없니.


너: 홈. 재미는 뭘까. 왜 나는 재미가 '있지 않다',면서 재밌자, 고 매달리는 걸까?


나: 인생을 가득 채운 건 훨씬 더 시시하고 소소한 것들인데. 재미를 너무 크게 생각하나 우리가?


너: 친구한테 뭐 하면서 노냐, 고 했더니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걸 피리로 따라 하면서 악보를 그린다더라? 잘 안되고 어찌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냥 한대, 하다 보니 재미있고 시간도 잘 가고. 원래 음악이랑 전혀 친하지 않은 친구라 색다르더라고. 


오늘 대화 전에는 그 친구도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구나,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냥 그 자체가 재미인가봐!


나: 친구랑 만나면 뭐 하면서 시시하고 소소하게 놀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수다에 꽂혀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는 게 수다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 모르는 사람들이랑 만나서도 시시하고 소소하고 재밌고 싶어. 물론 친구들이랑은 더 재밌고 싶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 외에, 재미라는 클리셰를 깨는 것도 필요하겠어.


너: 네가 전에 질문한 적이 있는데..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에 아이들이 울면서 격하게 나를 나가지 말라고 잡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싶은 설레는 마음에 아이들을 뒤로한 채 나갈 수 있냐고. 그때는 대답 못했지만 진짜 그러고 싶다.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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