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Oct 17. 2023

친구, 로딩.. 중

언제나 내 생각 속에 가만히, 하지만 꼭 자리하고 있는

나: 하루 종일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게 계속 움직이는 건 아니거든.


너: 너어는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나: 그러니까 가족들을 친구들을 매일 생각하는데, 그들이 뭘 하는 건 아냐. 그냥 내 생각 속에 가만히 있어. 멈춰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이 더 어딘가로 뻗어나가지 않는다는 거.


너: 그게 뭐지.


나: 넌 누군가를 생각할 때 그들이 움직여?


너: 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 그 사람이 포함된 어떤 상황이 기억나... 그런 거 아닌가?


나: 그 상황이 기억나는 거랑, 그 사람을 생각하는 거랑 나는 다른 것 같아. 나 역시 상황을 기억할 때는 그 사람이 움직여. 마치 비디오를 튼 듯이.


너: 그런데 사람을 생각하는 건 다르다는 거지?


나: 응. 인형처럼 가만히 있다,는 건 아닌데 내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않는 것 같아. 여러 앱이 열려있는 것처럼 내 생각에 로딩되어 있는데 백그라운드 앱처럼 활성화가 된 상태는 아니랄까.


너: 모르겠고 알겠고 그러네.


나: 그걸 활성화시켜보려고 한 명 한 명 생각해보고 있어.


너: 오, 재미있네. 우리가 참 서로 모르잖아 그렇지.


나: 그러더라. 만난 지 10년이 훌쩍 넘은 한 친구가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 친구를 생각하려다 보니 글쎄 그 친구와 만난 처음 정보들 위주로 떠오르더라. 그 당시 그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우리가 알기 직전? 혹은 그즈음 수영을 배웠고, 우리는 댄스 동호회에서 만났고, 그 친구는 러넨큘러스를 좋아하고.. 등등.


너: 그 정보들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들이야?


나: 러넨큘러스 말고는 아닐걸? ㅎㅎㅎ 사실 그 친구가 올해 많은 일을 겪는 중이어서 그 친구에게 기분전환을 하게 해주고 싶었거든. 그래서 그 친구가 좋아할 만한 걸 고민해 보는데.. 정말 모르겠더라고! 그러니까 오랜만에 색다른 기분을 느낄 만큼 좋아할 만한 거,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것 말고. 그러다 보니 아마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친구까지 거슬러 올라갔나 봐!


너: 그것들은 그때 그 친구가 좋아하던 아이템들이야?


나: 음.. 그러고 보니 막상 그러지도 않았던 거 같아, 그 친구의 일상 속에 있던 아이템들이야.


너: 그 친구가 좋아하던 게 뭐였는지를 생각해봐 봐.


나: '그 아이가 좋아한다'라고 생각했던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건 나한테 껴 맞췄던 거 같아. 정말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어.


너: 음.. 그 친구는 너를 좋아할 거야.


나: 그건 내 입장 아니냐, 나를 보낼 수도 없고.


너: 기분 전환. 그러고 보면 내가 내 기분 전환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데 그거 좀 찾아서 여기저기 소문내둬야겠어. 나중에 나 힘들 때 주변사람들 고민 덜하게.


나: ㅎㅎㅎ 좋은 생각이네. 아무튼 내 친구의 키워드로 AI한테 그림 그려달래서 그 친구한테 보냈어. 물속에서 수영하며 춤추며 자전거 타며 꽃을 휘날리는 내 친구야.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야만 유지되는 ‘완벽한’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