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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에서 깼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모든 기억들도 함께 깨어났다. 깊은 호수 속에 던져놓은 쇠붙이들이 호수가 메마르면 제 모습을 드러내듯이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묻혀만 있다. 잠겨 있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선명했고 동시에 낡아 있었다. 대체로 후회되는 순간들 순식간에 생겨난 이별들 진한 공허함들은 선명히 내 속을 뒤집어 놓고 기쁨의 시간들 행복한 웃음들 자랑스러운 순간들은 낡게 변형되어 뒤틀어졌다. 그 기억들을 꼭 끌어안고 엉엉 울 수 밖에 없는 이 새벽이 무섭도록 벅차다. 그 시간이 할퀴고 간 상처가 아침에도 여전히 아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잠들 수 없는 이 어둠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무섭다.
왜 순간들은 하나씩 쌓여서 기억이 될 수 밖에 없을까. 하나씩 쌓여 퇴적되는 시간의 층들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번에 응축되어 단단한 화강암처럼 하나의 결과물로만, 그냥 나라는 사람의 모습으로만 남은 채 사라졌으면 좋겠다. 과거의 추억들이 찾아오는 것이 무서워 묻어 두지만, 그리고 잊었다고 철석같이 믿지만, 배고픔에 허기질 때 먹이를 숨겨 놓은 장소가 문득 기억나 기어코 구덩이를 파내고 마는 동물처럼 나는 기어이 그것들에 손을 대고야 만다. 소리내어 엉엉- 울어도 끝나지 않는 터널이 나올 것을 바보같이, 멍청하게 잊은 채 손을 대고야 만다.
엉엉 운다. 또 엉엉 울고 또 운다.
내 자신을 참을 수 없어서 엉엉 울고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엉엉 운다. 소리내어 우는 법을 잊어버리고 싶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