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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눈빛

민병식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이 있다.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의 눈빛은 마음은 맑고 선하다는 뜻일게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거나 헤어질 때 인사를 하는데 주로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교환한다. 동시에 안부를 묻거나 안녕을 기원하게 되는데 그 때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만났을 때의 반가움, 헤어질 때의 아쉬움 등 여러 감정을 눈빛으로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빛

에는 어떤이가 상대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서로를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으로도 우리는 사랑, 평화, 차가움, 호감, 아쉬움 등의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눈맞춤이 어떨 때는 수십마디의 말보다 더 정확히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의 눈 안에 모두 좋은 감정만 담는 것은 아니다. 욕심에 눈을 맞추면 이글 이글 타오르는 탐욕의 눈빛이 될 것이고 의심에 맞추면 상대를 삐뚤게 바라보는 눈빛이 될 것이며 분노에 맞추면 증오가 투영될 것이다.


늘 웃고 다니는 회사 동기가 있었다. 그는 일이 많아도 웃고 심하게 약을 올려도 웃고 위로부터 질책을 당해도 분노보다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강심장을 가지고 누가 뭐라하든 신경을 쓰지 않는 무대뽀 정신의 소유자는 아니다. 또한, 상대를 조소하거나 무관심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일상ㅈ의 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긍정의 표시다.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하고 야근도 마다 않으며 성과도 많이 냈던 친구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아서 옆에서 보면 무척 재미없게 사는듯 보이는데 스스로 만족한 듯 늘 웃는다. 그의 눈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은 긍정과 따뜻함이다. 그의 눈을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그가 남을 욕하거나 필요없이 화내는 것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모든 동료와 후배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그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었다.


"자넨 직장인이 어울리지 않아. 성직자를 했어야 해. 결혼도 안했으니 스님이나 신부님이 어울리겠어.''


그런소리를 들을 때도 그는 그냥 웃는다. 난 그의 웃음으로부터 퍼지는 무언의 울림에서 편안함을 얻는다.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눈빛이다. 거짓의 눈과 사랑의 눈은 확연이 차이가 난다. 태초에 세상이 무질서와 혼돈의 카오스에서 출발했던것처럼 지금의 세상은 질서가 없는 듯 뒤죽박죽이다. 살면서 우리가 가장 소중히 생각해야할 사랑의 가치가 사익 앞에선 꼼짝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집단이든 개인이든 삶의 가치 척도를 이익과 성공에만 두는 듯하니 다른 세상에 대한 공생과 연민, 양보와 이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결국, 가진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면 무능이 되고 그 무능을 벗어나기 위해 편법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행동하기에 마음에 욕심 가득한 이기의 탁류가 흐르는 해자를 만든다. 그러니 지금도 질병과 전쟁이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며 강자만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먹구름이 세상을 덮고 있는 것이다.


출근하기 전 잠시 거울앞에 선다. 거울에 비친 눈을 보며 혹시 탁함이 마음을 지배하여 내 눈빛이 흐려지진 않았는지, 우울감으로 흐려지진 않았는지 응시한다.

나라고 어찌 눈이 매일 맑을 수 있겠는가만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 나부터라도 더욱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어야 질서와 조화가 중심을 잡는 코스모스의 세상이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눈은 지금 어떤 빛을 내고 있을까. 깜깜한 밤 구석진 골목의 어둠을 밝히는 것은 태양도 아니고 달빛도 아니다. 늘 묵묵히 홀로 서있는 가로등이다. 가로등이 어둠 앞에 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안도와 평안의 길을 선사하듯 외로운 이에겐 따뜻함으로 힘들어하는 이에겐 위로로 다가갈 수 있는 그 빛,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가로등의 그 선량한 눈빛을 닮고 싶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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