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이 되면 회사 동료 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월요일의 반대 얼굴이라고 할까. 아무래도 주말이 돌아오니 쉴 수있다는 여유로움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은 날이니까 그런 듯하다. 캠핑을 좋아하는 동료는 벌써 반차를 내고 사라졌다. 다음 날 날이 좋든 비가 오든 한낱 날씨가 그의 열정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캠핑을 좋아라는 것 그 뿐이고 금요일에 떠난다는 것이 행복할 뿐일것이다. 미혼의 후배는 여자친구 만날 생각에 들떠 있고 또, 집에서 실컷 잠을 자고 싶다고 하는 동료도 있다. 그러고 보면 금요일은 누구에게나 불금이다. 꼭 여럿이 어울려 술자리를 갖거나 어디에 놀러가야만 불금이 아닌 이유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에 불을 지피듯 열정을 태울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어진 생명의 시간만큼이나 무거운 것이 삶이다. 그 무게를 잠시라도 덜기 위해 그 버거움을 잠깐동안만이라도 내려놓고 쉬기 위한 저마다의 시간이 불금이다. 금요일을 만나 활활 타오르는 시간을 갖고 왁자지껄하게 보내는 것도 불금이고, 반면에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고 양팔을 앞 뒤로 돌리면서 기름칠을 하고 쉼을 주었다가 다시 퍽퍽하고 까다로운 세상으로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는 것 또한 불금이다.
금요일 저녁의 식당가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자신 들 나름대로의 불금을 즐기기 위함이다. 그래서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또 한주간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이 힘든 세상의 구불구불한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불안감을 잊으려고하는 몸짓이기도 하고 여기 저기 부딪히면서 시 깊이 패인 상실의 상처들을 치유 하려는 몸부림같기도 하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삶을 잘 버티려고하는 그루밍의 몸짓이다.
삶은 연극 무대에서 어느 한 장면을 공연하듯 우리는 막을 올리고 내리고 또 그 안에서 장을 펼치고 비극과 희극이 결합하고 부조리극과 모노드라마를 공연하기도 한다. 세상을 무대로 나는 주연이며 주변의 인물들은 조연이다. 연극 무대 위의 배우 들이 주연이든 조연이든 엑스트라든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박수를 받는 것처럼 우리도 각각 맡겨진 배역에 충실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다. 연극 무대에서 다음 장면을 위한 세트나 소품을 교체하고 배우가 등장이나 퇴장하기 위해 하기 위해 모든 불을 꺼버리는 암전의 시간처럼 휴일도 있고 연휴도 있고 짬도 있어서 몸과 마음을 식힐 수 있으니 불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즐길 권리도 있다. 그러나 불금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를 생각해보면 불금의 정의는 한 가지로만 정할 수 없다. 나의 작은 일상의 조각 들을 찾아 퍼즐을 맞추면서 감사함과 기쁨을 찾고 의미를 찾는 그게 술자리가 되었든, 커피 한잔의 만남이되었는, 사랑을 나누는 속삭임의 시간이 되었든 의미있는 시간이다.
늘 느끼는 정의이지만 인간은 날 때부터 외롭고 우울함을 견디어 내야할 존재다. 혼자와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시끌벅적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 혼자가 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우울할 때가 있는데 어떤 우울은 몸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 해소하고 극복하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우울은 극복의 의지마저 포기해버리고 색소가 온 몸을 침착하듯 그속으로 온통 빨려들어가는 심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오늘이 그.런 날인듯하다.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기도 한데 그냥 저냥 편하게 생각하거나 한 쪽으로 치워놓으면 될듯한 걱정이기도하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을 동반하는 우울은 아무리 다른 짓을 해도 순간 순간 가슴을 헤집기 마련이다. 비가 끝도 없이 내린다. 이럴 때는 기다리면 하늘은 다시 맑아진다는 긍정이 필요하다. 맑은 하늘에 지난 번에 그리던 예쁜 그림을 계속 이어서 그리면 될 것이라는 미래를 상상한다. 살다보면 수많은 하늘을 보게 된다. 어둡기도 흐리기도 때로는 천둥번개가 치기도 하지만 어떤 하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즉, 우울함은 언젠가는 다시 맑아진다는 거다.
지금의 우울은 내 마음 되로 되지 않음으로 해서 생긴 터널일 수도 있다. 터널은 지난다. 쉽진 않겠지만 마음의 공간을 조금 더 넓게 둘 필요가 있겠다. 살다보면 가끔씩 원치 않는 일도 있고 감당하기 벅찬 일도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행선지가 우울의 심연이 아님에도 나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고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불편한 감정의 짙은 구름 속으로 빠진 날, 미로 속에서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찾은 것은 하늘이다. 나를 막는 구름을 발길질이라도 하여 벗겨 내려고 발버둥치지만 이미 하늘은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름을 벗겨내고 있다는거, 그래서 더 아름다운 날을 위한, 더 행복한 그 날을 위해 기다리면 곧 파랑이 떠오를 꺼라는거, 컴컴한 하늘을 원망한 오늘이지만 오늘보다 더 두껍고 더 많은 구름도 분명 걷어내고 희망의 내일을 줄꺼라는 것을 믿는다. 비록 혼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시간이지만 오직 날 위로하고 마음을 달래는 불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