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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Oct 20. 2024

화초

마음 에세이

[에세이] 화초

한결


사무실의 금요일 오후다.  지방에 거주하는 동료들은 연가에 조퇴에 모두 자기 집으로 떠나고 몇몇만 남아있다. 오늘은 딱히 바쁜게 없이 한 주간의 업무를 정리하는 날이다. 책상을 정리하려던  차에 작은 화분 하나가 눈에들어온다. 물을 준지 꽤 오래 된 것이 생각나 물을 주기 시작한다.  힘없이 늘어진 가지에 생기가 도는 듯  잎이 팽팽해진다. 작은 화분하나에 물 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치열하게 한 주를 보냈을 수도 있고 무관심 했을 수도 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금방 말라비틀어지는 화초를 보자니 갑자기 혼자계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이후 우울증에 걸렸고 부쩍 짜증이 늘었다. 영양제에 의지하여 겨우 목숨을 의지하는 화초처럼 진액이 모두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듯한 병약한 모습에 뵐 때마다 마음이 씁쓸하다. 나이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더니 부모님 모두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시는 듯 하다.



화초도 마찬가지로 어린 아이다. 손이 많이 갈수록 화초는 건강해진다. 관심을 갖고 조금만 신경쓰면 화초는 일년 내내 키우는 보람과 잘자라는 모습을 보상으로 준다. 그러나  조금만 한 눈을 팔아도 금새 잎이 시들고 누래져  결국은 살릴 도리가 없어 화분 째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화단이나 재활용 쓰레기당에 보면 사람 들이 갖다 버린 빈 화분들이 겹겹이 쌓여있고 버린 사람들은 필요한 사람 들 가져가하고 그냥 버렸겠지만 거미줄이 쳐지고 쓰레기가 가득한 화분도 있어 때론 그것들이 보기싫은 눈의 공해가 된다.  누가 선물을 해주었는지, 언제 샀는지도 모르고 툭툭 던져놓은 화분은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의 매정함이다.

그러나 화초를 잘 키우는 것이 사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화초가 잘 크고 있다는 것은 주인이 화초에 신경쓴다는 뜻인데 즉, 볕도 쬐어주고 물도 잘주고 분갈기도 해주고 애정을 쏟는다는 것이고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많다는 뜻이기에 사랑의 힘도 크다는 것이다. 비단 화초 뿐만은 아니다. 그 대상이  반려동물이 될 수도 수도있고 수석 같은 무생물일수도 있다. 가치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자신의 마음을 쏟아 정성들여 가꾸는 따뜻함, 이 마음이야말로 지금의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세상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는 수많은 고난와 역경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고비를 이겨내는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다른 대상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줄 안다. 어떤이는 잡초처럼 아무리 밟아도 일어서는 질긴 생명력을 중요시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자존감을 잃지 않고 버티어내는 사랑의 힘이 중심이되어야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일어설  수 있다. 온실 속의 화초는 나약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건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받아들이는 과잉 보호를 일컫는 말이다. 온실 밖은 추우니 나가지 않고 바람도 없고 춥지도 않은 곳에서 키우는 화초는 잘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화초는 온실 밖에서는 적응이 어렵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가장 좋은 환경은 자연에서 자라는 것이다. 자연이 주는  볕과 바람, 그리고 비를 맞으며 자란 동,식물이  건강한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서부터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때론 자연의 사랑을, 때론 자연이 주는 시험을 이겨내고 겪어내며 성장한다.  이는 자연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라기에 시련도 이견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온통 온실의 따뜻함같은 마음으로 가득찬다면, 아무리 광풍이 불고 기온이 떨어져도 서로 기대고 부비며 고난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눈 뜨면 코 배어가는 각박하고 무서운곳이니 잡초처럼 밟으면 일어서고 넘어지면 오뚜기처럼 일어서라가 무조건적 명령이나 방임이 아닌 아닌  비록 고난과 역경이 닥쳐오더라도 사랑으로 참아내고 극복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화초 들이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온실을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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