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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Oct 17. 2024

피같은 내 돈 오만원

마음 에세이

[에세이] 피같은 내 돈 오만원

한결


출장으로 서울을 간다. 도착해서 커피 한 잔 하려 커피 숍을 찾는데 건물 앞 의자에 노숙자로 보이는 중년 사내가 앉아있다. 행색이 말이 아니다. 이제, 저녁으로 날씨가 쌀할하고 곧 겨울이 다가올텐데 이 양반들은 어찌 겨울을 날지 참 걱정이다. 중년 사내가 잠시 후 몸을 움직이더니 건물 앞에 설치된 흡연실에가서 꽁초를 줍는다. 저러다가 코로나나 독감에 걸리면 어쩌려고, 다가가 담배 사 피우라고 마침 주머니에 있던 오천원 짜리와 천원짜리 몇 장을 주었다.


커피를 한잔 사서 바깥에 설치된 의자에 앉는다. 문득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기전 한창 병원에 모시고 다니던 올해 초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어깨가 아프다고하셔서 한창 통증의학과에, 한의원에 모시고 다닐 때 있었던 일이다. 내 나이 또래의 중년의 사나이가 어디서 맞았는지 술마시다 부딪혔는지 손은 피투성이 딱지가 더덕더덕 붙어있고 게다가 신발 한 짝은 없다. 절뚝거리며 내 앞을 왔다갔다 한다. 어찌 보면 정신이 좀 나간 사람 같기도 하다. 평상 시 현금을 지니고 다니지 않지만 주머니를 뒤져보니 뒷주머니에 종이 같은 재질이 느껴져 꺼냈더니 오만원 권 한 장과 만원 권 한 장 이렇게 금 6만원이 있다. 그중에 만원 짜리를  꺼내 주면서 요기라도 하라고 할 요량으로 다가갔다.


"신발도 없이 어딜 다니십니까. 집이 어디세요."


"저기 위에 있어요. 잠깐 나왔어요."


말하는 폼이 일정한 거주지가 있어보이지 않는다. 아직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씻질 않았는지 세상 듣도 보도 못한 썪은 내가 진동을하고 가까이 다가가질 못하겠다. 게다가


 "제가 돈은 별로 없으니 이걸로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드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앗! 그런데 손에 쥐어 준 돈이 오만원 짜리다.


'앗, 만원 짜리를 꺼냈어야했는데 이런..!"


그러나 사나이가 한 번 뽑은 칼을 도로 집어넣을 수는 없는 법, 잘못 드렸어요하고 만원짜리로 바꾸어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왕 인심 쓰는 거, 오만원 없어도 살지라는 생각으로 결국 그 아저씨에게 오만원 짜리를 드리기로 했다. 아저씨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본의 아니게 착한 일을 오만원어치나 하게됐다.


며칠 후 어머니를 모시고 한의원에 갔더니 일전의 중년 사내가 대기실에 앉아있다. 한의원 직원은 사방에 문을 열어놓고 손님 들은 오들오들 떨고 있다. 중년 사내는 그때까지도 씻지 않았는지 예전의 괴로운 썪은 내를 풍기고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치료 받으러 오신거 맞으세요?, 저희 한의원에 온 적은 있으신가요?


직원이 아무리 물어도사내는 대답이 없다. 어쩌면 추위를 피해 들어온 것일 수도 있겠고 몇 푼 얻으려고 온것일 수도 있겠다. 사내가 눈치를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내를 불러세웠다.


"집 있다면서 옷 갈아입고 다니세요. 제가 옷사드릴 돈은 없고 혹시 어려우시면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선생님 찾아가시면 헌옷과 신발이라도 제공해드릴겁니다"


오늘처럼 재떨이에서 담배꽁초를 줍는 사람 들, 예전에 한의원 앞에서 만났던 중년 사내, 세상엔 이런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중년의 사내가 혹시 보호자가 있다면,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자라면 모르겠으나 그것도 아니라면 이렇게 막 돌아다니다가 어쩌면 범죄의 가해자가,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연민으로 바라보는 눈길도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그들을 위한 조금의 나눔을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멀쩡한 사지를 놔두고 노동이라도 하지 노숙을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개인적인 견해는 어떻게든 물질은 필요하기에 그들 중 이미 일할 수 있는 사람은 하고 있으며, 생을 마음으로 포기하고 대충 살아가는 사람들이 구걸하고 꽁초를 주워피는  대부분이다.


우리 동네에는 캣맘 아주머니들이 살고있다. 길고양이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돌보는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좋은 분들이다. 그들은 고양이 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는 먹이와 물이 항상 준비해 놓는다. 어쩌면 노숙의 인간들이 길고양이보다 못한 처지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노숙인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모습도 중요하고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으로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숙인이 되고자 꿈을 꾸어 온 사람이 있을까. 아마 있다 하더라도 아주 극소수 일것이다. 사회 안전망은 꼭 국가와 시설만이 구축하는 것은 아닐진대 국민 모두가 좀 더 따뜻함으로 어려운 사람 들을 바라보는 세상이었으면 한다.

이제 곧 겨울이다. 올 겨울은 사상 최고의 한파가 온다고 벌써부터 걱정하는 말들이 많은데 조금은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나의 것을 나누는 계절, 몸은 춥지만 나눔으로 마음은 따스한 계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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