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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보는 인연이란

문학칼럼 6

by 한결

[문학칼럼]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보는 인연이란

한결


피천득(1910-2007) 작가는 시인이며 수필가로 1930년 '신동아'에 서정별곡, 파이프 등의 작품으로 등단하였고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한바 있으며 작품으로 시집 서정시집, 금아시문선, 수필로 인연, 은전 한 닢 등이 있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수필 중 하나가 바로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작품인데, 내가 글쓰기에 입문한 계기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라면 수필 쓰기를 즐겨한데는 고등학교 시절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을 읽고 감동을 받은 기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강하게 남아 있었던 덕에 나 또한 지은이처럼 아름다운 수필을 쓰고 싶다는 바램에서 였기도 하다.


'인연'은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작품인데 작가가 일본의 '아사코'라는 여성을 세번 만나며 느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첫사랑 겸 짝사랑을 주제로한 안타까운 남 서울대학교 자의 마음을 노래한 수필이다.


이 작품의 백미는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세번 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인연이란 수필의 중심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고 과연 인연이란 무엇일까란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작품에서 애틋한 사랑과 이별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해 슬픔이나 절망의 표현은 전혀 없다. 그저 평범하거나 우연인 만남이 있을 뿐인데 주인공의 사랑에 대한 심리를 정확히 짚어낸다.


첫번 째 만남은 주인공이 17세 때 일본 도쿄의 미우라 부부의 집에 머물렀을 때 그 집의 무남독녀 초등학교 1학년 아사코와의 첫 만남과 오누이 처럼 지냈던 기억, 그리고 추억의 장이고 두번 째 만남은 대학교 영문과 3학년이 된 아사코를 재회하여 문학을 이야기하고 함께 산책한 재회의 이야기이며 세번 째 만남은 미국인같지도 않고 일본인 같지도 않은 진주군 장교라는 것을 뽐내는 듯한일본계 2세 장교와 결혼한 아사코를 찾아가 그녀가 옛 모습을 잃어버리고 백합처럼 시들어가는 모습을 느끼며 옛날의 친밀감이 사라진 이젠 남의 아내가 되어 서로 예의를 차리며 헤어진 만남이었다.


작품에서 작가의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난 작가의 마음이 아사코를 순수한 첫사랑에서 이성의 사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좌절을 당했다고 판단한다. 초등학교 시절의 아사코에 대한 마음은 소년의 순수였고 대학생인 아사코에 대한 마음은 이성적 감정이었으리라. 마지막 결혼한 아사코에 대한 마음은 아사코가 실제로 백합처럼 시들어갔기 때문이 아니라 남편에게서 보여지는 이미지에 투영하며 소녀적 감성이 없어진 아줌마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에서 아사코의 모습은 스위트피에서 목련꽃 다음은 시든 백합으로 변해간다. 작가는 아사코가 어릴때 자신이 사준 동화책 겉장에 그려진 뾰족 지붕에 뾰족 창문이 있는 작은 집을보며 우리 이담에 이런 집에서 같이 살아요라고 여친 아사코 어린 목소리를 아직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왜 주인공은 아사코와의 사랑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까. 단지 인연이 닿지 않아서 일까. 이루지못한 슬픈 자신의 사랑을 인연의 탓으로 돌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인연이란 가만히 있어도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우연한 것에서 필연을 창조해내는 것이 인연이다. 인연은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 어디에 기대어 기다리는 성질의 것이 아니란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연이면 만나지겠지, 헤어진 연인과는 인연이라면 만나게 되어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인연을 놓치지말자. 어쩌면 그가, 그녀가 당신에게 일생 일대의 유일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진짜 인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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