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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는 책책책 May 28. 2024

책과삶1.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개인적으로 축구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손흥민은 너무 좋다. 그래서 손흥민 경기는 챙겨보려고 하고  다시보기로도 본다. 보고 또 봐도 좋다. 이렇게 능력과 인성을 다 같이 겸비할 수 있다니! 그가 자신의 팬과 아이들을 대하는 따뜻한 모습에서 내 눈은 하트가 된다. 동료 선수들 인터뷰는 또 어떠한가. 거친 운동의 대명사 축구판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동료선수들은 그에게는 한없이 존경을 표한다. 따뜻한 태양이 나그네의 옷을 벗겼듯 손흥민의 마음엔 또 하나의 태양이 들어있을 거다. 

손흥민 경기를 유튜브로 찾아보거나 기사를 읽어보는 건 작은 팬심이다. 그는 내 원픽 연예인 축구선수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이 집필한 책으로 자세히 알지 못했던 아버지 손웅정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항상 인터뷰에서 자신을 부족한 축구선수였다고 소개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커다란 오산이었다. 그 누구보다 실력이 있었고 끈기가 있었고 무엇보다 깡이 있었다. 

그는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불합리함에 맞서며 싸웠으며 몸뚱이 하나만을 의지해 축구만 생각하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새벽에 일어나 혼자 훈련을 하루도 쉬지 않고 했다는 부분에서 무릎이 탁 쳐졌다. 그가 손흥민이 어렸을 때 어떤 훈련을 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아빠의 성실성과 끈기를 뒤에서 보고 자랐기 때문에 지금의 손흥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손웅정은 1986년, 87년에는 국가대표 B팀으로 선발되며 활발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킬레스컨 부상으로 스물여덟, 은퇴를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인생이 시작되는데 짧은 프로선수 시절 모아둔 연봉은 은퇴 후 생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 깊어진다.      

“담박하게 살자.”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말하는 단어로 단순하게 심플하게,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오늘도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홍민아, 멀리 보고 넘어짐 김에 쉬어 가는 거야.”     

인라인을 타다가 손목이 골절되어 우울해하는 아들에게 이 말을 해줘야겠다.      


손웅정에게 축구를 빼고 남는 것은 ‘책’이었다. ‘축구’와 ‘독서’ 이 두 가지가 손웅정의 삶을 지탱해 온 두 축이었다. 그는 지금도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다. 

축구에 집중하느라 유년시절 배움이 짧았고, 그 배움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책을 좋아하는 축구선수. 오래전부터 손흥민이 그런 아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먼저 읽고 거기서 좋은 구절을 뽑아 읽게 했다고 한다.      


그의 독서법이 기억에 남는다.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세 가지 펜을 준비해서 처음 읽을 때는 검은색으로 중요한 대목을 체크하고, 그다음 읽을 때는 파란색으로 반복하고, 세 번째 읽을 대는 빨간색으로 핵심으로 되는 부분을 체크하는 것이다. 그렇게 삼독을 한 후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나 교훈을 독서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독서노트 한 권이 채워지면 새해에 다시 그 노트를 읽고 새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리고 종잇장처럼 너널너덜 해진 책은 버린다. 책장에 꽂아두고 책 읽는 걸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은 이유라고 하니 한결같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책이란 삶의 고비마다 버팀목이 되어준 존재이며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무리 좋고 옳은 말로 가르치고 훈육한다 해도 부모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과 함께 축구를 가르치면서 아이들보다 몸을 적게 쓴 적이 없다는 손웅정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손웅정의 말처럼 ‘가정은 최초의 학교이며 최고의 학교’다. 아이들 눈에 부모의 모습은 어떻게 비칠지 항상 생각해 보고 나 역시도 막연하게 내 아이가 잘 되길 바라기보다 올바른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부모라면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는 내 아이가 축구선수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 생각한다”라는 말에서처럼 부모로서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 주고 지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 책에서도 말한다. "성공은 선불이다." 때문에 우리는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지불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성공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손흥민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까? 그는 어린 시절 누구보다 더 노력했고, 치열했고, 결국 이겨냈다. 손웅정은 만약 흥민이가 열일곱 살의 나이로 독일에서 계약이 되지 않고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아이들 일에 실패란 없다.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다.” 라고 말했다.     

분명 내 아이들도 크고 작은 실패를 하면서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이 실패를 겁내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이강인과 손흥민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손웅정은 일찍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선수에게는 프로 무대에 가는 것이 직장 생활의 시작이고, 그 나이는 고작 스무 살 전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나이가 스물여덟 정도임을 생각하면 10년 빨리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축구 선수들은 집을 떠라 숙소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가 재능만큼이나 중요한 운동선수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이강인의 모습 역시 유망주라며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앞으로 크게 될 것이라는 말들이 허공에 떠다니고 실제로 큰돈을 벌기 시작하니 판단력이 흐려지고 자만심이 하늘을 찌르게 되면서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주변에서 어른들이 좀 더 알려주고 이끌어주었더라면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손흥민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축구실력만 좋아서는 아니며 그것은 겸손한 마음, 배려하는 마음, 무엇보다 아버지가 강조하는 기본을 지키는 삶의 철학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별개로 혹시 타인이 물렁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 역시도 내 아이가 착하기만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화내지 않고, 조금 더 주고, 남의 부탁을 잘 들어주고 결론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마음 여린 손흥민이 타국에서 축구선수로 살아남기란 정말로 힘들었을 것이다.      

손웅정은 말한다. 온순하고 착하고 예의바르다는 덕목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감 있는 것, 꿀리지 않는 것,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경기력과도 직결된다. 위축되는 순간 얕잡힌다고.     

"물러날 필요 없어, 네가 화가 나면 무슨 액션을 취해서든 네가 화가 났다는 메시지를 줘라. 주저하지 마라.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는 붙어서 해결해라. 안 되면 뭐라도 집어던지고 깨고 부수더라도. 네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배짱과 자신감. 그리고 감사와 겸손.’     

이 두 가지 면은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한쪽 면이 보인다고 한쪽 면이 뒤로 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면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 싶으면 받은 것을 두 배로 돌려준다는 심정으로 판을 엎고, 기본을 갖추고 대하는 이들 앞에서는 두 배로 허리를 숙였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만약 뒤에서 나를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럼 나는 너보다 두 발 앞서 있는 거네. 네가 뒤에서 욕하니까 내가 앞서 있는 거지. 내 뒤에서 욕하는 놈들은 나보다 뒤처져 있는 거야.”     

     

“축구를 통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몇 경기 이기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중요한 문제다. 승패를 떠나 축구의 맛을 느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폐배를 끌어안는 힘도 배우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힘도 키우고, 다른 사람의 아픔도 내 아픔처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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