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을러지고 싶어 2
-부지런함의 뿌리
가난해서 부끄럽진 않았다.
그냥 학교생활이 조금 힘들었을 뿐이었다.
언니와 나는 중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나는 늘 언니를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왔다.
그 시절, 나를 부르는 이름은 따로 없었다.
항상 ‘언니 동생’이었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언니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게 내 이름이었다.
그게 자연스러웠고, 또 어쩐지 벗어날 수 없었다.
고2 때 전교 1등을 하면서 장학금을 받았지만,
상장은 내 이름이었고 장학금은 다른 친구와 나눠야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공부를 잘해도 세상은 꼭 공평하지 않다는 걸.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에게 맞는 게 싫었다.
그래서 백점을 받았다.
그땐 체벌과 욕이 당연하던 시절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부를 했다.
잘해서가 아니라,
다치지 않기 위해서.
그래도 최고는 아니었다.
그저 한 번쯤 전교 1등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서
끝까지 해본 거다.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하루하루를 꽉 채워 공부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자랑스러운 성취였겠지만,
내게는 잠시 스스로를 증명해 보는 실험 같았다.
‘할 수는 있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서는 언제나 언니가 중심이었다.
언니는 전교 1등, 반장, 집안의 자랑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인정받지 못한 둘째였다.
집안의 일꾼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이 먼저 나가고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공부보다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웠던 것 같다.
누구의 기대도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칭찬을 받지 못해도,
스스로를 증명하는 법을 일찍 배웠으니까.
그 시절의 나는 외로웠지만,
그 외로움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안다.
그때 그렇게 버티던 아이 덕분에
오늘의 내가 여전히 부지런하게 살아가고 있음을.